편지, 소통을 말하다 / 김삼원
무릇 인생살이란 남과 함께 어울리지 않으면 내가 존재하기 어려우며, 누구라도 자기가 처한 위치에서 상대를 재단하며,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해야 마음이 놓인다고 한다. 그러나 마음의 소리는 부조화의 인지를 털어내고 싶고, 객관적으로 나를 보려 하고, 좀 더 솔직한 속내를 누군가에게 토설하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란 소리가 겨울 대밭을 울리더라도 상당한 기간 체한 것 같은 먹먹한 기분으로 지내느니 가을 찬비에 후련하게 씻기는 청량감을 맛보는 게 더 나은 의식임을 누가 알랴! 그런 행위 속에 전혀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곧추선 세상이 눈앞에 보인다. 벌써 가을이다. 시간을 의식하는 세대가 되면 세월이란 게 너무 잔인하게 빨리 스쳐 간다고 느낀다. 여름 한 철 필라코리아 2014 세계우표전시회(이하 필라)와 놀았던 우취가 여러분은 더욱 그러하리라! 수년 전부터 “되네”, “안 되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세계우표전시회를 관심 있는 여러분을 중심으로 나름 멋들어지게 치러냈는데, 그런 일이 벌써 까마득한 날의 전설처럼 저만치에 놓여있다. 필라 해단식을 겸한 지리에서 김병수 우편사업단장(당시 필라코리아 집행위원장)이 ‘편지! 소통을 말하다’ 라는 주제로 ‘2014 Soul Korea 5000만 편지쓰기(이하 2014 Soul)’를 하고자 하니 우취가 여러분이 많이 도와주기를 청하였다. ‘편지와 우표’의 불가분의 관계를 서로 이야기하다가 편지를 써 본 지가 얼마나 까맣게 아득한 날이었는지? ‘이런저런 일로, 요즘처럼 바삐 돌아가는 세상인데 뭐’ 갖가지 변명거리를 찾아내면서도 어쩐지 자기 삶의 궤적이 단순하고, 폭이 좁지는 않았을까? 하고 돌아보는 계기가 됐음이 떠오른다. 우표수집을 하는 분들은 실체봉투가 드물다고 한다. 편지를 주고받지 않으니 더욱 그러하다고 한다. 아니, 우편관서에서 우표를 사용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다행이다. 이번 가을에 전 국민이 한 통씩 주고받노라면 많은 우취 자료가 생성되리라! 한 통의 편지가 마음과 마음을 이어준다면 세상이 더욱 따스해지라! 말로 하기 어려운, 대면하기 껄끄러운, 너무 먼 곳에 있는, 아니면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법한 분들에게 한 통의 편지를 띄워 보자. 경로당 할아버지와 어린이집에 다니는 손자 간의 이야기와 이 가을에 편지를 하겠다는 연인! 누구라도 그대가 될 수 있음에 행복해하자. 침묵만이 횡행하면 진실은 어디에서 숨 쉴 것인가. 대상이 무엇이든 형식이 어떠하든 마음 가는 대로 진솔하게 써 내려가자. SNS가 대세임을 누구나 부정하지는 않는다. 진화하는 세상에 대체재가 왜 없겠는가? 그러나 내 감정을 ‘ㅎㅎ, ㅋㅋ, ㅠㅠ’ 등으로 단순화할 수 있겠는가? 지치고 메마른 영혼들에게 낭만적인 편지 한 통은 그들의 삶을 바꿀지도 모른다. 행복한 편지 한 통을 받으려면 내가 먼저 필(筆)을 들고 그대를 그려봐야 겠다. “그대여!……. (다음 말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오늘…….” 고민을 하는 게 진정 ‘2014 Soul’의 참뜻 중 하나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