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취와 함께한 45년을 뒤돌아보며 / 조대식
처음 우표를 접하던 70년대 초반, 그 당시만 하더라도 한 교실에 있는 학생 중 삼분의 일 정도는 우표수집을 취미로 하고 있었다. 이 때만 해도 마땅한 놀이를 즐길 수 있는 조건과 도구들이 없었다. 그저 학교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면 몇몇이 모여 구슬치기나 딱지치기 또는 가까운 개울로 고기잡이나 나가고 저녁이면 다시 동네에 모여 병정놀이나 하는 정도였다. 그 가운데 유일하게 자리 잡고 있었던 우표수집은 당시로서는 돈을 안들이고 쉽게 누구나 즐길 수 있었던 취미였다. 집으로 배달된 우편물 또는 친척집이나 아버지의 회사에 온 우편물을 모아 편지봉투에서 우표를 조심스럽게 떼어 책 속에 보관하고 새로운 우표가 보이면 친구들에게 자랑하곤 했다. 특히 기념우표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더 인기 있는 것은 외국우표였는데 당시 외국에 친인척이 있어 편지가 오는 친구들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펜팔협회에서 펜팔을 하는 친구에게 부탁하여 상대 나라 친구에게 편지를 동봉하여 보내면 상대 나라 친구가 그 주소를 자기 친구들에게 소개해 펜팔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또는 외국 친구를 소개 받아 펜팔을 했다. 펜팔을 하고 싶은 사람은 많지만 유료인 펜팔협회에 낼 금액을 마련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펜팔 대상국으로 일본, 미국이 가장 많았고 영국이나 스웨덴, 필리핀 등 여러 나라가 있었다. 외국의 멋진 정원에서 개를 끌고 다니는 모습 등을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보내오면 이내 친구들 사이에 자랑거리가 되었다. 기본은 사진 그리고 절반 이상은 우표가 교환되는데, 우표는 주로 사용제로 깨끗하게 수집된 상태를 몇 장 보내면 상대나라에서도 사용제 우표를 보내왔고 다른 친구들과 교환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렇게 우표수집은 주로 편지나 펜팔을 통해 이루어지다가 미사용 기념우표에 관심이 갔다. 70년대 초반만 하더러도 부모님이 주신 용돈으로 개인이 돈을 모은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시기였다. 7원에서 10원 정도 요금의 버스를 타고 가는 학교를 걸어서 가거나 참고서 등을 산다는 핑계로 조금씩 돈을 모았다. 기념우표 발행일에는 학교를 지각하면서까지 우체국에서 명판 1장을 구입했고,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72년 당시 기본료가 10원이었을 때 뮌헨올림픽 기념우표가 20원에 4종과 소형시트 2종까지 발행되어 그 금액을 마련하느라 애를 쓴 기억이 난다. 그때부터는 미사용 우표나 사용 우표 모두를 포장하기 시작하는데 담배포갑지 보호용 비닐막을 모아 그것으로 포장하여 스토크북에 끼어 넣기를 시작하였다. 그후 3년간의 군생활을 마치고는 직장에 다니던 누이의 회사에 온 우편물과 여행사에 근무하던 친구의 여행사로 온 우편물, 부친이 근무하시던 국제체육협회의 우편물을 모았다. 우표는 분리하지 않고 봉투째 모두 보관하여 훗날에도 우취 자료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80년도에 접어들어 수원에 향우회(현 수원우취회)라는 우취단체가 발족하게 되었고 우취회를 통하여 체계있는 본격적인 우표수집에 단계에 이르게 되었다. 우표를 스토크북에 꽂아 놓는 것만이 수집이 아닌 우표를 도안대로 구분해 그것을 분석하여 나열하며 대지에 옮겨 원고를 작성했고, 그 내용에 맞게 우표를 정렬하여 설명하는 방법을 배웠다. 당시 대한우표회, 한국테마클럽, 온양우취회 등 여러 우취회와 합동월례회 및 교류회를 통하여 더 넓고 많은 견문을 쌓아 성장의 단계를 걸어갔다. 84년에는 그동안 모은 편지봉투들과 당시 회원들의 열성어린 도움 덕분에 <등기우편의 변천>이라는 제목으로 전국우표전시회에 처음으로 입상하는 영광을 얻게 되었다. 우리나라 근대 우편사에 대한 자료와 수집을 계속하여 97년에는 그동안 순수하게 모은 편지봉투의 자료만을 가지고 <빠른우편 제도>라는 작품을 만들어 입상하게 되었다. 이렇게 계속적으로 초일봉피와 실체, 새로 발행되는 우표의 수집정도를 유지하던 중 갑작스런 어머니의 부고로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지 못할 때가 있었다. 이 즈음에 여행사에 근무하며 그동안 많은 자료로 도움을 주던 친구가 목회자의 길로 들어간다며 십계명이 인쇄된 엽서에 편지를 써서 지속적으로 위로의 글을 보내왔다. 하늘에 계신 어머니께 보낸 편지를 앨범에 보관하던 중 편지봉투에 기독교 우표를 찾아 장식하게 되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많은 종류의 기독교 우표가 있음을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때 들었던 생각이 기독교 우표들을 계속 수집하여 성경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2003년 판 SCOTT 카탈로그를 구입하여 성경우표를 찾아가며 개혁성경, 칼라성경, 쉬운성경, 성경사전 등 자료들을 구입하여 국내 우표상은 물론 미국 등 외국의 우표상들에게 요청하여 구약성경 작품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누구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만류도 했지만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작품이 완성되었다. 2011년에는 출품하여 수상하였고 다음에는 신약성경을 구상하여 진행했다. 구약성경을 완성한 경험 덕분에 1년 만에 신약성경을 완성하여 출품하였다. 그 후 매년마다 마태복음, 누가복음, 요한복음을 완성하여 1년에 한 작품씩 만들어 나갔다. 원작품은 원형 그대로 보관되고 다음 작품은 새로운 자료로 다시 구성하다 보니 아무리 많은 자료라도 차기작이 전작보다 질적으로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 내년에 출품할 마가복음이 정리되어 벽면에 걸어 두고 보안점을 찾아보니 허술하기가 그지없지만 우취활동은 차후에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