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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취로 맺은 인연






우취로 맺은 인연



김균환/해동우취회 회장


우리 조상들은 비록 스쳐 지나가는 사람일지라도 억만겁(劫)의 전생 인연이 나와 닿았기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만큼 사람 간의 인연을 중요시 여겨왔다. 위에서 말한 ‘겁’은 시간을 의미하며 가장 길고 영원한, 무한의 시간을 뜻한다. 하물며 억만겁이라니. 얼마나 오래되고도 깊은 전생의 인연이 있었기에 삼세(과거, 현재, 미래)가 연결되어 가는 것이라고 할까.


갑자기 인연을 이야기함은 우취를 즐기면서 만난 수많은 인연과 우취 친구들이 세월의 흐름을 따라 한두 분씩 떠나가는 걸 지켜보며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다. 마음 한 구석이 뻥 뚫린 듯한 공허함이 밀려오고 함께 좋은 시간을 더 많이 갖지 못했던 것이 후회되곤 한다.

영겁의 시간에 비하면 우리의 한 생이야 찰나도 아닌 것이다. 더불어 웃고 즐겨도 한없이 모자라고 짧은 시간일진데, 생각이 다르고 살아온 환경이 차이 난다고 서로 편을 가르고 경쟁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또한, 듣기에도 역겨운 금수저니 흙수저니, 신의 아들이니 어둠의 자식이니 하는 말들이 지극히 자연스럽게 들리는 현실이 서글프기만 하다. 우리 우취계에서도 언제부터인가 경쟁과 의욕이 앞서가면서, 서로의 작품을 두고 토론할 때 나 자신에게 득이 되는 지식을 저축하기보다는 점수로서 순위를 매기는 경쟁이 순수한 우취를 앞지르며 서로를 멀리하게 만드는 상황들을 보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우취로 맺어진 우리들의 인연이 오래전부터 약속되었으며,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인지를 잊어버린 것은 아닐는지 다시 한 번 되돌아보았으면 한다.
우리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수상하여 가장 높은 단상에서 손을 흔드는 선수를 한없이 축하한다. 하지만 앞으로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수많은 도전자와 고독한 싸움을 맞이할 그들을 생각하면 안쓰러운 마음도 든다. 최고를 향해 도전하던 때 그들이 더 즐겁게 희망을 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더 이상 오를 곳 없이 이 세상 모든 산을 등정해버리는 것보다 멀리서 지켜볼 수 있는 산봉우리 몇 개 정도는 삶에 남겨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우표 수집도 최고를 향해 언제까지나 도전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늘의 성적이야 어떻든 실망하지 않을 수 있다. 목표가 있음을 기쁘게 생각하고 웃을 수 있으리라 본다.

처음 우표 수집을 시작했을 때 마음은 사춘기 시절, 이웃집 여학생 옆을 지나며 모자를 푹 눌러쓰고 두근대던 마음과 같았다. 그러면서 점점 우표를 좋아하는 같은 마음의 사람들을 만났다. 선배들로부터는 좋은 우취 지식과 정보를 얻으며 더불어 인생사의 다양한 이야기들도 귀동냥하였다. 친구 혹은 후배들과는 얕은 우취 지식일지라도 공유하며 열띤 토론을 벌이던 것 또한 추억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당시 경쟁급에서 좋은 성적을 득한 사람이나 작품 앞에서는 서로 엄지를 치켜세우며 칭찬하던 미덕의 시절도 이제는 추억으로만 떠오른다. 60, 70년대만 해도 청소년 대부분에게 취미를 물으면 당연하다는 듯이 우표 수집이라고 제일 먼저 말했던 ‘취미중의 왕’이 근래에는 우표의 용도와 효능마저 미미해지면서 명맥만을 유지하는 느낌이 든다. 지금까지도 우표 수집을 취미로 하고 있는 나 자신조차도 당당히 나의 취미를 우표 수집이라고 이야기해 본 적이 언제였던지 기억조차 아련하다. 우취에 대한 자부심은 우취인들이 스스로 지켜나가야 한다. 이전처럼 우취인들 서로가 상대의 작품을 칭찬하고, 그 노고에 격려와 박수를 보내어 다른 취미를 즐기는 여러 부류의 사람들로부터 “우표 수집가들은 서로에게 마음이 넓은 사람들인 것 같다”는 칭찬을 듣게 되길 바란다.

처음 우표를 수집했을 때의 초심을 다시 떠올려본다. 취미는 내가 좋아서 즐기는 것일 뿐, 인생에서 꼭 치러야하는 지옥 같은 대학 입시나 취업 시험은 아니기에 상대와의 경쟁에서 꼭 이겨야 되는 것 또한 아니다. 좋은 우표, 비싼 자료로서 한번쯤은 높은 상을 바라보고 싶은 마음도 사람이니 당연한 욕심이다. 그럴 때면 처음 우표 수집 할 때 봉투에서 오려둔 사용필 우표 한 장이나, 새벽부터 우체국 앞에 줄서서 구하였던 우표 한 장을 생각한다. 지금은 소주 한 잔 값도 안 될지라도 나에게는 하나같이 소중한 추억이 간직된 조강지처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중국의 중장년 동포들 사이에서 즐겨 불리는 노래가 한 곡 있는데, 제목이 <당신 얼굴>이다. 가사 그대로 평생을 함께해 온 아내의 얼굴을 보며 마음으로부터 이는 흐뭇하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한 노래다. 이 노랫말에서 ‘당신 얼굴’을 순수하게 우표가 좋아서 즐겨 모았던 마음과 아직까지도 소중히 간직 중인 우표로 비유하여 생각해보면 어떨까. 그런 마음을 담아 <당신 얼굴>의 노랫말을 소개한다. 

당신 얼굴
                             곡/허영도    노래/고건

아침에 눈뜨면 보이는 당신 얼굴
세상에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서
어쩌다가 당신이 내 곁에 남았소
밥상을 차려주며 항상 웃는 당신의 얼굴
보고만 있어도 내 마음은 따뜻하다오

애지중지 귀여운 딸로 살던 당신
나를 만나서 아내 되고 엄마 되어
궂은일에 마른일에 편할 새가 없구려
옷 다려주며 잘 다녀오라 웃는 당신 얼굴
생각만 하여도 내 마음은 든든하다오

가장 많이 보는 당신의 얼굴이지만
보고 또 보아도 싫을 때가 없구려
어느새 생긴 주름 이제야 보았소
숙명처럼 내 곁에서 나이 들어준 당신
항상 고맙고 미안한 이내 마음이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