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전국 우취 단체를 포괄하는 “한국우취연합”이 있고, 여기에 소속되거나 소속되지 않은 성인 우취단체가 100군데는 넘을 것이다. 우취연합에 가입된 몇몇 우취단체는 창립 연대도 오래되고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여 많은 전문 수집가를 배출하였고 국제적 우취단체의 임원을 맡거나 국제우표전시회에서 각종 상을 받는 등 큰 활동을 하는 분도 있다. 이만하면 한국 우취계가 각국 우취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여 세계 우취활동에 당당히 참여하고 있다 할는지 모르지만 실은 한국 우취계에는 여러가지 문제점이 내재하고 있다. 첫째는 한국 우취계의 핵심이 60~70대의 노년층에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해야 할 40~50대의 장년층은 상대적으로 미약하고, 또 이를 뒷받침해야 할 20~30대 청년층은 더욱 약하다.

다시 말하면 한국 우취계의 형세는 역삼각형의 모양을 하고 있으며 이것은 한국 우취계의 장래를 우려하게 하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둘째는 10대 이하 청소년 층의 우표수집 문제이다. 원래 우표수집은 10대 청소년 때 시작하여 나이가 들면서 여러 가지 이유로 일부가 탈락·정리되게 되는 것인데, 예를 들면 어떤 단체나 지역에서 청소년 100명이 우표 수집을 시작 했으면 20~30대 청년이 되면 70~80명으로 정리되고, 40~50대 장년이 되면 50~60명으로 정리되고, 60~70대 노년이 되면 30~40명으로 정리되는 것이 바람직한 현상이라 하겠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것이 전혀 맞지 않는 것이다.

즉 청소년 우표 수집에 큰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현재 청소년 중 일부는 순수한 우표수집이 아닌 상급학교 진학에 필요한 “과외활동 점수”를 위한 수집을 한다고 한다. 그리하여 상급학교 진학만 하면 그 다음에는 바로 우표수집을 중단하고 “우표수집이 뭐더라?”고 할 정도로 우표수집에서 손을 떼고 마는 것이다. 일부 우표상들은 학생들에게 우취작품을 대신 만들어 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자기 손으로 우표를 만지고 작품을 만들어봐야 작품에 대한 애착이 생기고 우표수집의 취미가 붙을 텐데 일부 우표상들이 이를 대신해 준다면 그 애들이 “우표수집가”가 되는 것은 애초에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셋째는 “우표” 내지 “우취작품” 의 가치 변동 문제이다. “우취”가 “우표에 대한 취미” 또는 “우표 수집의 취미”이므로 “가치의 변동”, 즉 “가격의 상승”은 “관심 밖이다”하면 얼른 논리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 하겠다. 모든 취미 대상과 수집품은 사회변동으로 인한 이자와 물가상승률에 따라 가격이 오르는데 가격이 오르지 않은 것은 오직 “우표” 뿐일 것이다. 그 동안 우표는 편지에 붙여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IT정보화 시대에 e-mail과 휴대폰에 밀려 우표가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표가격이 이렇게 된 것에는 발행량도 한 몫했다. 1970년대 초에 우표 수집 바람이 불어서 기념우표가 나오는 날은 우체국 앞에 줄을 서거나 아예 우체국 앞에서 밤을 새우는 사람도 있었다. 어느 날 이를 본 박정희 대통령이 시정을 지시 했는데 우표 100만 매를 발행하는데도 “밤을 새우면” 120~130만 매를 발행하고, 그래도 “밤을 새우면” 150~160만 매를 발행하여 적절히 조정하면 될 것인데 한번에 200만~300만 매를 발행하여 우표 수집의 열기가 식어버렸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앞으로 시정해야 할 부분이다. 앞으로도 우표가 국가의 상징적인 브랜드로 자리잡혀 가고 우취인들에게 좋은 수집의 대상이 되며 본연의 임무인 통신의 역할을 잘 수행하도록 발행당국, 우표상, 우취가 모두가 한 마음으로 노력해야 겠다. / 박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