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 생활을 하면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고 살게 된다. 어느 누구도 혼자서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땐 그 도움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고마움을 잊고 살때가 있다. 우리의 취미 생활도 마찬가지다. 처음 취미 생활을 가지게 되었을때 혹은 수집을 하는 도중에 많은 사람의 도움이 있었다. 이 글을 통해 그 분들의 고마움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자 한다.

 내가 우표수집을 처음 시작한 것은 4·19 혁명이 일어났을 즈음인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친구가 수집을 하기에 같이 하게 되었는데 그 친구가 나에게 우표수집을 하게 해 준 고마운 사람인 것이다. 얼마전 동창회에서 그 친구를 만나 아직도 우표 수집을 하느냐고 물어 봤더니 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고마운 여학생이 있다.

 수업이 막 끝나고 교실문을 나서는데 “선생님”하고 한 여학생이 나를 불렀다. 그 학생의 손에는 스톡북이 있었다. 그 학생은 자기 오빠가 우표 수집하던 것을 선물로 받았는데 내가 수집하는 것을 알고 가져 왔다는 것이다. 그 스톡북에는 여학생의 오빠가 중동에서 보낸 편지가 많이 들어 있었다. 그 학생의 마음씨가 고맙게 느껴져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또 다른 학생은 자기 할아버지가 일제때 수집한 편지봉투 20여 장을 나에게 주었다. 당시 나는 이 학생에게 이 봉투를 잘 보관해 두었다가 박물관에 넘기겠다고 약속하였다. 그 봉투가 일제시대 당시 창씨 개명의 과정을 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수업 자료로도 이용하였다. 이렇듯 내가 우표 수집을 하는데는 크든 작든 힘과 용기를 복돋아 준 고마운 분들이 많다.

 수집만 하기에도 바쁜데 사람들 인사는 언제 하냐고 하겠지만 서로 챙겨주는 우취문화가 꽃피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후배는 선배를 존경하고 선배는 후배를 이끌어 줘서 건전한 취미생활 뿐만아니라 좋은 인간관계 형성에도 우표수집 취미가 역할을 감당할 수 있으리라 본다. 현재 나는 은퇴를 했는데 우표 수집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취미생활이다. 지금도 우표를 정리하면서 고마운 분들을 하나 하나 떠 올려본다. / 양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