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난국의 늪 속에서 허우적대는 이 땅에도 눈부신 새 해 아침의 태양이 떠올랐다. 2009년은 한국 우취계가 아시아 국제우표전시회(필라코리아 2009)를 치루는 해이다.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위해 우정사업본부에서 많은 투자를 하고 제반 준비업무를 진행하고 있지만, 우리 우취계 지도자들도 작품심사 위원장직과 커미셔너 제너럴 직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집행위원회의 각 분과위원장 및 위원자격으로 행사 준비와 진행의 핵심 역할을 맡았으니 그 책임이 실로 중차대하다. 금년에는 국내전시회가 열리지 않으므로 많은 우취인들이 그 동안 공들여 일구어 낸 작품을 국제우표전시회에 출품할 채비를 하고 있다.

우표수집은 ‘제왕의 취미’인 동시에 ‘경쟁적 취미(a competitive hobby)’라고도 일컬어지고 있다. 따라서 이왕 여러 해에 걸쳐 우표를 수집해온 우취인이라면 좋은 작품을 만들어 국내 전시회는 물론 국제전시회와 세계전시회 경쟁급에 출품하여 높은 상을 타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상급을 정함에 있어 대상(그랑프리)이나 대통령상, 총리상 및 장관상을 선정할 때에는 상대적 경쟁원리가 적용된다고 할 수 있지만, 다행히 작품심사에서는 절대평가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다른 출품자들의 성적과 관계없이 개개인의 작품이 우수하면 우수한 만큼의 점수를 따게 된다.

경쟁이라 하지만 수상등급별 정원제 같은 것은 없으니 제로섬(zero-sum)이 아닌 일종의 윈윈(win-win) 환경이랄 수 있다. 그런데도 때론 패기 넘치는 젊은 우취인들 중에는 높은 상을 따내겠다는 의욕이 너무 앞서는 경우가 있어 염려가 된다. 틈틈이 시간을 내어 관련된 우취자료를 한 점 한 점 입수해 가면서 이를 차분히 연구하고 하나하나 작품으로서의 체계를 갖추어 나가는 데는 여러 해가 걸리는 법이다.

매사에 그렇듯이 우취작품을 일구는데도 대기만성(大器晩成)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본다. 큰 그릇은 오랜 시간 구워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새 해 기축(己丑)년은 소의 해이다. 우보천리(牛步千里) 즉 소걸음으로 천리를 간다는 옛말이 있지 않은가. 한국우취의 내일을 짊어지고 갈 젊은 우취인들은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대기만성(大器晩成)의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것이다. 오랜 세월 우취연구에 심혈을 기울여 온 선배님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말이다. 늙은 소는 빨리 밭을 갈지는 못해도 똑 바로 간다는 옛말을 마음에 새겨두었으면 한다. / 권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