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 안에서 국보를 보고, 세계 명화를 보고, 우주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세상, 이것이 바로 우표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두 가지 취미 생활을 하게 되지만, 그 많은 취미 중에서 우표 수집이란 처음에는 그냥 무심코 시작 했다가 나중에는 조금씩 수년을 두고 모으다 결국에는 나도 모르게 빠져 드는 것인가 싶다. 바람 불고 파도 치는 남쪽 한가한 섬에 사는 학창 시절의 친구를 생각 하며 우표 한 장 붙여서 편지를 보낸 것도, 잠시 외국에 나가 있는 아이들에게도 몇 자 글을 적어 우표를 붙여 보내면 우표의 여행과 위력을 알게 되리라……. 우표를 많이 모아야만 좋은 것이 아니다. 아무리 많아도 활용을 못하면 소용 없지 않은가. 몇 년 전인가 죽마 고우인 황소 조각가 “신촌” 김문길 선생께서 나에게 서장을 보내왔다. “盡嶺觀牛(진령관우)” 이를 직역하면 사람이 진력을 다해서 정상에 올라 서야만 소(牛)를 만나본다는 것으로 비로소 찾고자 함을 얻게 된다는 경구(警句)이다. 이 문구는 조선왕조를 창건할 당시에 이성계의 정신적인 지도자였던 무학대사의 예언서인 청구비결(靑丘秘訣) 교외문답(敎外問答) 편에 나오는데 이는 도(道)의 최고경지에 이르게 되면 비로소 황소를 만나보게 된다는 뜻이다. 어느 경지에 도달할 때까지 뒤돌아 보지말고 꿋꿋하게 나가면서 조심스럽게, 자만하지 말고 겸손하게, 있는 자와 없는 자를 가리지 말고 처세 하라는 뜻으로 바로 “진령관우” 경지에 오르려면 아직 멀었다라는 나에게 준 메시지였다. 우리 우취인들은 알면 알수록 참으로 사귀고 싶은 훌륭한 분들이다. 한결같이 정이 넘치고 교양이 풍부하다. 남녀 노소를 막론하고 우표를 접하면서 인품과 교양이 쌓였나 보다. 서로 아끼고 서로 존경하고……. 우표를 보는 세상, 몰랐던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이제 2009년 새해를 맞이하여 웃음으로 스트레스를 모두 날려 버리고, 어렵고 힘든 일이 있어도 우표 한 장 만져 보며 희망과 웃음꽃이 피는, 또한 우취계가 활성화 되는 새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 정순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