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년 넘게 우표와 자료를 모아 오면서 우취자료로 인해 하루도 기쁘지 않은 날이 없었다. 어쩌다 좋은 자료를 구하면 그 기쁨에 우취인들과 한잔하고 돌아와 가첩앨범의 리프에 방석을 깔고 정리한 다음 침대 머리 맡에 놔 둬야 잠이 온다. 그렇게 하나씩 모은 것이 한쪽 벽면에 있는 책장으로 가득이다. 자랑은 안하고 살았지만 좋은 자료를 수집했다는 뿌듯함과 스스로의 만족감으로 살아왔다. 그런데 세월이 많이 지난 후에 우취단체에 가입하면서 여러 우취인들을 만나다 보니 나보다 더한 분들이 훨씬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분들이야말로 생활이 바로 우취였고, 그렇게 40년이고 50년을 보내신 분들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비록 세계 대회나 국내 대회에서 큰 상을 받지 않았더라도 우표가 새로 발행되거나 새로운 특인이 나왔거나 소규모라도 전시회가 열리면 먼 길을 마다 않고 달려가 우취자료를 만드는 모습을 보면 이분들이야말로 진정한 우취인들이 아닌가 싶다. 또한 청소년 우표교실을 비롯하여 각종 세미나와 우취강좌 등에 나타나 말없이 묵묵하게 봉사하는 우취인들을 볼 때 나자신을 위한 우취자료 수집도 중요하지만, 우취보급과 발전을 위한 봉사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울러 각종 전시회에 가보면 동료나 후배들을 위해 열심히 우취자료를 챙기는 분들을 보며, 많은 반성을 하곤 한다.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 선배 우취인들의 경험을 되돌아보지 않더라도 사후에는 한 평생 모은 우취자료를 가져갈 수도 없다. 결국 후배 우취인의 앨범 속으로 뿔뿔이 나뉘어 흩어지게 된다. 살아있을 때 우취를 즐기다 생을 다하면 남에게 주고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왕 우취계에 발을 들여놓았으니 하루하루 생활 속에서 우취를 즐기고 우취 저변확대를 위해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면서 선후배 간에 우취자료를 통한 정을 쌓으며 살다 보면 나 자신도 행복해질 수 있고, 우리 우취계도 더욱 따뜻하고 정감있는 곳이 되지 않을까 싶다.? / 송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