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문규 / 
우표의 생명력은 어디까지일까? 우체국에서 판매하는 우표에 일부인을 날인함으로써 다하는 것일까? 아니면 우표를 붙힌 편지가 수신자에게 도달함으로써 생명력이 다하는 것일까? 이것도 아니면 우표가 편지봉투에 붙어 있는 한 계속하여 살아 있는 것일까? 좀 난해한 문제일지는 몰라도, 정답은 있을지언정 해답은 없을 것이다. 인간사, 세상을 돌이켜 보기로 하자! 남자로 태어나 군대에 다녀온 이들이라면, 12월 성탄절에는 반드시 한두 통의 위문편지를 받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전혀 안면이 없는 학생들의 위문편지에는 정성스런 내용과 더불어, 봉투에는 필히 한 장의 우표가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가 있다. 편지내용보다도 봉투에 붙어 있는 우표가 좋아서 모아 두었다가 전역을 하면서 가지고 나왔던 경험이 생각난다. 지금은 어디에 묻혀 있는지는 몰라도 어디엔가는 보관되어 있을 것이다. 요즘은 방법이 다양화되었다지만 그 옛날에는 편지에 우표가 붙어 있지 않으면, 연인 간의 달콤한 사랑 내용을 담은 편지일지라도 편지의 주인공에게까지 전달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고 보면 우표 한 장이 연인들을 짝 지어준 위대한 것일 수도 있다. 겨울의 칼바람과 무릎까지 빠지는 폭설, 여름철 폭우 등의 위험을 무릅쓰고 산간벽지인 고갯길을 넘어 산골짜기 오지마을까지 편지를 전달하기 위해 가는 정보통신원(우편배달부)의 발걸음은 편지내용보다는 봉투에 붙어 있는 우표 한 장이 있기에 가능한 것으로 본다.

얼마전 지역에서 편지쓰기 모임이 발족되면서 상견례 모임이 있었다. 처음보는 얼굴인데도 친밀감이 가고 어디서 자주 본 듯한 다정한 얼굴 모습들이었다. 부부의 닮은 모습은 그 부부가 처음부터 얼굴이 같아서 닮은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얼굴 모습이 닮아진다고 하는데, 어쩌면 그와 무관하지 않은 듯했다. 또한 우취회와 편지쓰기 모임은 서로 동질성을 가진 동호회이고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상호 간에 버팀목 역할을 해주는 단체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닮은꼴이 공존하는 이 세상! 너무 작아서 우표딱지라고도 하지만 조그마한 우표 한 장의 존재 가치와 생명력에 대해서는 누구 하나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