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표전시회와 메달/ 박상운
최근의 경쟁급 우표전시회를 지켜보면서 괄목할 만한 새로운 작품들이 불과 몇 년 사이에 만들어져 상위급 메달을 일거에 획득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어떤 경우는 세계전에서 최고의 메달을 받기까지 수억 원이 들었다면서 일간지에 소개되기도 하였다. 필자와 같은 구시대에 수집을 시작한, 이른바 아날로그 세대와 현재의 디지털 세대의 수집가는 자료 입수에서 작품 제작까지 모든 과정이나 방법에 있어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안다. 필자의 경우 한 작품을 발전시키는데 20여 년이 걸렸지만 아직도 끝난 것이 아니다.

물론 테마의 특성이나 제시 가능한 희귀자료의 상대적인 수량의 차이 등 근본적인 문제는 있을 것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지금의 앞서가는 몇몇 우취인의 경우 불과 2년에서 길게는 5년이면 최고의 메달에 도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과거의 많은 우취인들이나 현재에도 대부분의 우취인들은 우표수집을 평생의 취미로 생각하면서 경제력은 거의 도외시하고 우표를 즐기고 있다. 그저 여력이 닿는데로 하나 하나 보완해 나가는 형태인데, 요즘의 몇몇 선도그룹은 좀 다른 것 같다. 그들의 환경이나 조건이 우리 세대와는 같지만은 않기에 단순하게 과거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이다. 이 말은 옳고 그름을 뜻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만큼 시대도 달라졌고 경제력도 향샹되면서 모든 것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다만 기본 토대는 거의 무시하다시피하면서 지나치게 비싼 자료만을 강조한다면 많은 중산층 이하의 우취인들은 우취에서 점차 멀어져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표수집은 결국 돈 많은 사람들의 재력 과시에 지나지 않을까 염려가 된다. 최고의 메달은 아니더라도 오랜 수집생활을 통하여 자료 하나 하나에 대한 연구와 수집 그리고 제작자의 개성까지도 작품에 묻어날 때 이를 최상의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고의 메달이 우취인의 품격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 메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취를 통해 올바른 품격이 형성되고 이로 인해 인생이 더욱 윤택해지며 활력을 가질 수 있느냐, 또 주변 동호인들과 원만한 교우관계를 형성해 갈 수 있느냐 하는 것 등이라고 생각된다. 여기에 최고의 메달이 결합된다면 이는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