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과 만남 / 민형기 언젠가 한국우취연합 직원으로부터 받은 ‘한마디로 우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기다림’이라고 대답을 해준 기억이 난다. 연초에 걸어둔 달력이 한 장 두 장 그렇게 뜯겨 한 번은 쓰레기통에, 또 한 번은 이면지로, 또 한 번은 포장지로 사용되더니 이젠 한 장만이 애처롭게 벽에 걸려 있다. 필자 어렸을 때와는 다르지만 길거리엔 캐럴과 성탄절 트리 전등이 반짝이고 계절은 겨울 가운데로 자꾸자꾸 들어가고 있다. 마지막 한 장 남은 12월 달력을 볼 때 지난 1년 동안 우표 발행에 대한 기다림과 만남, 또 전시회와 우취인 모임을 통해서 만난 사람들까지 많은 일들이 생각 나지만 세상의 모든 사람들(우취가, Philatelist)에게 찾아오는 시간, 그 시간의 흔적들은 아무리 찾아 봐도 찾을 길이 없다. 그러나 우표를 통한 만남이라는 나만의 의미는 ‘산이 있으므로 산에 오릅니다’라는 말이 있듯이 우표가 있어 우표를 기다리고, 사람들을 만나 우취활동을 하는 것이다. 어린이, 청소년(학교우취반)부터 우체국에서 만나는 성인에 이르기까지 우취 열강도 해보지만 그 결과는 어떠했는지….
어수선한 가운데서도 열심히 듣고 따라하는 학생들, 성인들은 겸손(?)해서인지 초보라며 잘 들으려 하지 않지만, 그래도 그들은 무엇인가를 열심히 준비하고 우체국을 이용하고 있기에 우취라는 단어에 희망을 걸어 본다. 올해 1년 동안의 시간은 내게 왔다는 말도 없고 간다는 이야기도 없이 어제, 그제라는 말로 변해 사라져 갔으나 또 다른 만남의 의미는 우취가라는 이름으로 만난 반가운 사람들과 함께 했던 즐거운 시간들이었다. 한편으로 2011년을 회상해 보면 별로 보람된 일을 한 것도 없는 것 같고, 작년 말과 똑같은 기분이 드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미소는 마주하고 있는 사람의 마음의 창문을 열고 맑은 산소를 들여 보내는 것과 같이 밝고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행복해서 웃기보다는 웃기 때문에 행복하다’하고 ‘웃을수록 더 기쁜 일이 생긴다’고 하는데 우표를 마주하고, 우취인을 만나고, 우취강좌를 하면서 얼마나 자주 웃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날은 장유유서의 틀에 얽매인 채 어른들의 부속물로 예속되어 자라는 것이 고작이라 어린이들이 마음대로 꿈꾸고 상상의 날개를 펴는 권리와 자유가 없는 경우가 많았으나, 오늘날의 어린이들은 과거에 비하면 먹을 것 풍부하고 입을 것 다양해 뭐 하나 아쉬운 것이 없는 세상, 그야말로 천국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현재 우정사업본부에서는 우취문화 보급과 저변확대를 위해 우취꿈나무 키우기 활동으로 학교우취반 운영, 청소년 여름우표교실, 우취문화 지도교원 연수, 어린이들만의 잔치인 대한민국 어린이우표전시회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천국 같은 세상이라도 오늘날 우리 어린이들이 처한 현실은 극심한 경쟁의식의 풍토와 잠시도 놔두지 않는 시대의 요구에 의해 스트레스와 고민이 있을 것으로 본다. 과학문명이 발달하면 할수록 정신문화는 그만큼 오그라들고 피폐할대로 피폐해져 이제 몸과 마음이 기대고 의지할 곳은 어린이들의 마음밖에 없을 것 같다. 천심(天心) 그대로의 동심(童心)이야말로 부푼 희망이며, 소중한 가치이고, 우리의 미래가 아닐까? 그러기에 워즈워스는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했다. 많은 우취꿈나무들이 탄생되기를 기다리고, 만나게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