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취 활성화를 위한 제언(기념일부인과 관광통신일부인 발행의 다양성을 통한) / 강성기
몇 해 전 우표과장(지금의 우표팀장)이 참석한 서울지부 새해인사모임에서 “우표와 엽서 발행 심의위원회에서 탈락된 안건을 기념일부인으로 발행하자”라는 건의를 한 적이 있다. 메모하는 것을 보았지만 지금까지도 시행되지 않는 것을 보면 건의로 끝난 듯하다. 기념일부인은 우표나 기념엽서가 나올 때 같이 발행하는 것과 우표전시회나 우취행사가 있을 때 발행하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의 경우, 시리즈우표 등에서 다종의 우표가 발행될 때 기념일부인은 1종만 발행되고 있다. 예전에는 우표 1종당 기념일부인 1종이 발행되었으나 무슨 이유인지 발행 건별 1종으로 바뀐 것이다. 이 때문에 우표와 기념인의 내용이 서로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 어정쩡한 자료가 만들어지기 일쑤여서 상당한 아쉬움을 주고 있다.

우표 1종에 기념일부인 1종은 아니더라도 도안이나 내용의 특성에 따라 탄력성 있게 조정되었으면 한다. (행사 성격에는 건별 1종, 시리즈 등의 테마 성격에는 각 1종 등) 후자의 경우 예전에는 지방의 축제나 행사 기념인도 발행되었으나 언제부턴가 우표전시회 기념인에 한하는 것으로 규정이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 (청소년 여름우표교실, 산타우체국 기념인은 예외로 함) 우표와 엽서의 발행을 위한 심의회가 해마다 열린다. 이때 위에 제안한 내용과 같이 우표나 엽서로 발행하기 곤란한 것은 기념일부인으로라도 발행하자는 것이다. 국내외 유명 문화행사도 좋고 스포츠 행사면 더욱 좋다. 2007 FIFA U-17 월드컵축구경기대회, 2009 강릉세계여자컬링선수권대회 등이 열릴 때 공식적인 우취자료가 전연 발행되지 않아 상당한 아쉬움이 있었다. 올해만 해도 대구에서 전국체전이 열렸지만 우취자료는 발행되지 않았다. 앞으로 있을 2013 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나 해마다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 전국체전 등의 행사를 기념하여 발행하면 좋을 것이다.

전국체전은 1980년대 프로 스포츠의 등장 이후 아마추어 스포츠의 인기가 시든 탓인지, 1984년 체전우표가 발행된 이후 우표나 기념일부인의 발행이 뚝 끊겼다.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종합 아마추어 체육대회가 우취적으로도 홀대(?) 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선진화되고 프로 스포츠가 활성화된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전국체전 기념우표는 변함없이 발행되고 있다. 전국체전은 우표가 아니더라도 기념일부인으로라도 발행되었으면 한다. 이는 우표발행심의위원회 때 정해도 좋고 아니면 별도의 절차를 만들어도 좋을 것이다. 기념일부인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훌륭한 우취자료이며 태생적으로 우표와 엽서를 소모시킬 수밖에 없으므로 발행하는 입장에서도 손해 볼 것은 없다. 최근 장기적인 우취 침체기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활발한 활동을 하는 우취 분야가 있다. 바로 관광통신일부인 수집이다.

예전의 관광통신일부인은 그야말로 아는 사람만 하는 수집이었다. 1990년대 PC통신에 이은 2000년대 인터넷의 보급은 온라인상에서 우취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었다. 포털사이트의 카페 등을 통하여 혼자서도 우표수집을 공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막 우취를 알게 된 초보자나 학창시절 우체국 앞에 한 번쯤 줄을 서 본 기억을 가지고 있는 이들을 다시금 우표수집의 장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막연히 우표만 기억하는 이들에게 관광통신일부인이라는 수집 분야가 알려지게 되었고 수집에 대한 동기가 부여되었다. 우표수집의 시작을 아예 관광통신일부인으로 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자연히 관광통신일부인을 수집하는 층이 늘게 된 것이다. 관광통신일부인 하나 발행하는데는 약 2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이렇게 비용이 다소 들기 때문에 발행이 쉽지 않다는 말을 몇 해 전 담당자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관광통신일부인 하나 발행으로 발생되는 우체국의 수익은 얼마나 될까? 당시는 등기 한 통에 1,750원이었으므로 산술적으로는 등기 115여 통이면 투자비용이 회수된다. 보통우편으로 사용된 것은 계산에 포함하지 않아도 그렇다. 그 다음부터는 순수익이다. 민간기업 같았으면 전국의 거의 모든 우체국에 관광통신일부인을 만들지 않았을까? 참고로 이웃 일본은 전 우체국의 49%에 해당하는 12,000여 국의 우체국에 관광통신일부인(풍경인)이 보급되어 있다(2012년 현재). 경제성 잘 따지는 일본에서 수익이 없다면 그렇게까지 많이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2000년대 중반, 관광통신일부인 발행 심의회에 필자가 소속된 전문우취단체가 참석하였지만 담당자가 바뀐 이후로는 심의회가 없어졌는지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 관광통신일부인 발행에 무슨 심의회냐고 하겠지만 우표나 엽서와 마찬가지로 일부인도 우정사업본부에서 발행하는 공식적인 우취자료여서 그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특히 관광통신일부인은 명칭이나 도안, 사용국 등에서 오류가 발생하기 쉬워 발행 전에 전문수집가의 자문이 필요하다. 그동안 여러 차례의 건의나 제안으로 개선이 많이 되기는 하였지만 지금도 일부인의 명칭이나 도안이 서로 맞지 않아 고쳐야 할 것이 상당수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도 전문우취단체가 참석하는 심의회가 정례화되었으면 한다. 기념일부인과 관광통신일부인은 보잘 것 없이 보일런지 모르겠지만 우취적으로 아주 중요한 자료이다. 우취 작품에도 요긴하게 사용된다. 제작비용도 그리 많이 들지 않고 재고가 남지도 않는다. 우표와 엽서를 소모시켜 수익도 남길 수 있다. 위에서 제언한 내용이 조속히 채택, 시행되어 침체된 우취 활성화에 작은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