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가 주인입니다” / 윤범식
12월입니다. 또다시 지나간 한 해를 뒤돌아보게 합니다. 개인이나 기업, 단체, 정부에 이르기까지 모두 정초에 계획했던 일을 100% 만족하게 달성하기는 그리 쉽지 않습니다. 각기 종합결산 결과에 따라 성과에 대한 평가를 받습니다. 우리 한국우취연합에서는 금년에 회장 변동이 있었고, 우정사업본부에서는 주요한 시기에 우표 팀을 조직에서 지웠습니다. 어떤 사유로, 오랜 기간 계획되어온 것이었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F.I.P(세계우취연맹)의 활동도 지난날에 비해 많이 약화되었다 들었습니다. 이들 전부가 그리 발전적이지는 못한 변화로 여겨집니다. 그러하더라도 우리 우취인들은 결코 위축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생각합니다. 내년에 있을 큰 행사를 잘 치르기 위해 다 같이 한마음으로 힘을 합쳐야 할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근대우정 창시 13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유치한 세계우표전시회 필라코리아 2014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입니다.

이 세계우표전시회의 주인공은 바로 우취인이기 때문입니다. 내년에는 아시안게임이 열리고, 국제해양박람회, 국제바이오산업엑스포도 열립니다. 이와 같이 많은 기관에서 국제행사들을 유치하고 개최하는 목적은 내적으로는 각기 분야별로 실력과 질을 높여 나아가려 하기 위함이고 밖으로는 국위를 선양하여 선진국으로 가는 길로 한 발자국 더 다가가려 하는 데 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처음 열린 1964 도쿄 올림픽이 나무를 심어 뿌리를 내렸고 다음으로 1988 서울 올림픽이 나무에 꽃을 피웠다고 하면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열매를 거두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여하간 일본, 한국, 중국 모두가 올림픽을 개최한 이후에 국위와 국력이 한 등급씩 상향되었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기회 있을 때마다 한국이 최초로 개최한 PHILAKOREA 84를 자랑하는 것은 당시 대한민국은 유럽 국가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아니한 저개발국, 좀 안다는 사람은 6·25 전쟁을 치른, 못사는 나라 그 정도였습니다. 1988 서울 올림픽이나 2002 한일 월드컵이 열리기 훨씬 전인 1984년, 동구권이 무너지기 이전이었습니다. PHILAKOREA 84에, 일부 정부 작품이 포함된 수치이기는 하나 작품을 출품한 나라가 131개 국가가 참가한 것은 우리나라 정부수립 이후 최초의 기록입니다. 많은 유럽 국가들, 남북미주에서까지 비행기를 타고 13시간에서 30시간이나 걸려야 올 수 있는 동북아 외딴 국가에 찾아온 것입니다. 필자는 그들에게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안고 돌아갈 수 있도록 성의를 다해 대접했습니다.

또 그들 참가국가의 국기를 담아 행사 기념 소형시트를 발행하여 길이길이 오래 남도록 하였습니다. PHILAKOREA 84 개최 1년 뒤, 1985년 스위스 로잔에서 시범으로 개최한 제1회 올림피렉스에 참가했을 때입니다. 이웃 유럽 여러 나라 우취인들이 기차를 타고 많이 참석했는데, 한국 부스에 찾아와 PHILAKOREA 84가 참 좋았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을 듣고 국제행사 개최 효과를 실감했습니다. 1988 서울 올림픽 개최가 동구권이 무너지게 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고 역사학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개최한 세계우표전시회들이 알게 모르게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데 적게나마 보탬이 되었으리라 하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비록, 전 세계 나라들이 우표 발행수량을 줄이거나 우표의 쓰임이 감소하면서 우취 보급이 사양 추세이고 사람들의 관심이 멀어지고 있더라도 지구 상에 우표 발행 국가가 완전히 소멸될 때까지는 우취문화는 계속 유지될 것입니다. 국내 사정이 여러 가지로 어려운 시기에 개최되는 PHILAKOREA 2014 행사여서 정부 지원이 흡족하지 못하다면 부족한 부분은 우리 우취인들이 몸으로라도 보태겠다고 하는 마음으로, 훌륭한 외국 작품도 유치하고 좋은 우리 작품들도 출품하여 질 높은 수준의 작품들이 외국작품들과의 경쟁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고 높은 상을 많이 받아 우취인 스스로 위상을 높임과 동시에 아울러 국격(國格)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우리 우취인 모두는 주인의식을 갖고 힘을 모아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2013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우리 대통령이 시구 모습을 보여주었듯이, 태국의 공주처럼, 우리 PHILAKOREA 2014 행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오픈 테이프커팅을 기대해 본다면 지나친 욕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