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8월 1일에 창립총회로 한국 최초의 우취단체로 탄생한 ‘대한우표회’가 1년도 안 된 1950년 6월 25일에 북측의 기습 남침으로 뿔뿔이 피난한 회원들이 부산에서 서로 수소문하여, 1951년 8월 1일에 5명의 임원 전원이 참석한 동회 이사회와 그 7일 후인 8월 8일에 필자 자택에서 동회 제13회 예회가 열리면서 이 ‘부산 피난 대한우표회’가 1953년 8월 22일 서울 환도까지 3년간이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일은 대한우표회의 창립 때의 회원 수는 32명이었는데, 위의 만 3년의 ‘재부산(在釜山) 대한우표회’ 때 입회한 회원 수는 59명이었다는 사실입니다. 필자는 이 기이한 숫자를 이렇게 해석합니다. 피난기의 사람들은 들떠있는 심정이나 이향(異鄕)에서의 안정되지 못한 환경을 애써 침착한 양으로 행동하며, 그런 때 체험한 취미 상의 일들에 대해서는 매우 인상적인 일로 기억하며, 특히 ‘우표’와 같은 초소형인데다가 필수품인 것이 시기에 관계없이 수집의 대상이 되며, 장기간에 걸치고 또 범세계적이라는데 놀라면서 쉽게 가입하게 됩니다. 이렇게 대한우표회는 힘 안 들이고 부산 피난시절에 회원증가를 쉽게 이루었습니다. 그런데 쉽게 입회한 초보자는 막상 수집가로서 그 구체적인 수집행위에는 여러 가지 기초적인 지식이 구비될 필요가 있음을 인지하게 되며, 그 지식을 갖추기 위한 공부도 하게 되는데, 그것이 어렵거나 자기의 직업상 부합되지 않거나 할 경우 또는 귀찮게 생각되는 경우 등등으로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초기의 난관을 돌파할 끈질김과 성의가 있어야 합니다. 이 초기 단계를 거치면서 본인이 전통우취와 우편사우취 어느 쪽이건, 본격적인(돈이 들게 되는) 부문을 택하여, 평생을 씨름해야 할 선생(지도자)을 택하고 또, 택한 부문의 기초지식 중에서 가장 중요한 우편사 공부를 선택한 지도자로부터 교습받고, 문헌이나 선배 작품을 통해 공부하고 지도자와 토론도 해야 합니다. 이 ‘기초지식=우편사’ 공부의 성공 여부가 참다운 우취인(philatelist)이 되기 위한 기초란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