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가을의 정취가 선연하다. 그토록 뜨거웠던 폭염도 사라지고 파란 하늘과 노랗고 빨갛게 변해가는 나뭇잎이 하루가 다르다. 엊그제 신년인 것 같았는데. 이제 내년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 이르렀다. 지난 2022년부터 추진해 온 필라코리아 세계우표전시회도 이제 1년이 안 남았다. 그동안 예산, 장소 문제로 계속 미뤄왔던 필라코리아 세계우표전시회가 소정의 절차를 마치고 FIP에 필라코리아 세계우표전시회 일반규정(IREX)을 마련하는 등 준비의 대장정에 들어갔다.
우선 전시 기간은 2025년 9월 17일부터 21까지 5일간 2,000틀 규모로 전시할 계획이며, 장소는 오는 11월에 개장 예정인 한국종합전시장(COEX) 마곡컨벤션센터로 확정되었다. 서울시내 여러 곳을 물색하면서 실무적으로 많은 토론과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새로 개장하는 전시장으로 선정되었다. 공항과 거리도 가깝고 해서 외국에서 오는 손님맞이에도 한결 좋아져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것 같다.
근래 세계우표전시회에 출품되는 작품을 보면 점점 수준이 높아져 우리 우취인들도 이에 대한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작년과 올해 대한민국우표전시회에 출품된 작품을 보면 우리 우취작품도 수준이 많이 향상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전시회인 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필요하며 더욱 분발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행사의 원활한 준비와 진행을 위해 우취인들의 대동단결과 화합이라고 할 수 있다. 다소 미흡하더라도 칭찬도 해주고 격려를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국제 간 우의증진의 노력을 통해 한국 우취의 발전상을 널리 홍보할 필요가 있다.
최근 허진 부회장을 주축으로 지난 5월부터 우취연합 차원에서 추진해 온 인터넷 우취단체인 한국우표협회(KSS : Korea Stamp Society)와 제휴를 맺어 우리나라의 우취소식을 미국 유럽, 호주 등 회원들에게 전하여 많은 호응을 얻었다. 이 단체는 그 연혁이 대단히 오래되었다. 한국전에 참전한 다국적 용사들이 주축이 되어 한국우표에 대한 관심과 수집을 통해 상호 유대를 이어왔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연합에서 수년간의 장기프로젝트 끝에 작년 11월에 발간한 한국우표전문목록과 필라코리아 2025 세계우표전시회 개최 계획 등 한국우취계의 주요 활동사항을 설명해주어 KSS 회원들의 관심이 급속히 증폭되었다. 앞으로는 주기적으로 우리 우취소식을 알려주기로 했다. 지난달에는 세계 최고의 우취잡지로 손꼽히는 영국 Stanley Gibbons에 한국우취연합과 KSS가 제휴하여 정보를 주고받는다는 기사가 실려 상당한 홍보효과를 거두었다.
한편, 지난 7월에는 정우회에 가입한 중국 우취인들이 2024 대한민국우표전시회에 출품하고 직접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양국 우취인 간 이해증진에 기여하여 정우회 송일호 회장을 비롯한 여러 회원들의 노력이 돋보였다. 특히, 중국 우취계 테마틱분야에서 오랜기간 활동하여 명성이 높은 원로우취인 이백금(李伯琴) 씨 등 일행이 연합을 방문하여 양국 간의 우취 교류 방안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지난 8월에는 중국의 조선족 자치주인 길림성 연길의 연변장백산우취회(延邊長白山郵趣會)의 초청을 받아 필자와 여상호 부산지부장, 김균환 경북지부장, 정영식 감사(부산우취회장) 등 7명이 연길을 방문하여 지난 32년 동안 연길에서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작품을 출품하는 등 국위 선양에 기여해 온 그간의 공로와 수고에공로패와 감사패를수여하여 우위를 증진했다.
연변장백산우취회는 지난 1992년 강윤홍 선생의 조언과 노력으로 설립되었다고 한다. 창립 당시의 열정과 순박함을 지금도 유지해 오고 있어 그 열의와 진정성에 깜짝 놀랐다. 뿐만 아니라, 안상헌(安相憲) 회장과 전광하(全光河)·김장수(金將壽) 고문님, 칠보(七寶) 중 하나인 마노를 기념품으로 주신 전관룡(田官龍) 부회장과 김영일(金榮一) 총무 등 20여 명의 회원들의 뜨거운 환대에 같은 동포로서 깊은 감명을 받았으며, 앞으로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여상호 부산지부장은 연변장백산우취회 회원들의 꾸준한 작품활동에 경의를 표하고 수준이 점점 향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아시아·태평양우취연맹(FIAP)에서 창립 5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FIAP DP(Distinguished Philatelist)를 선정하고자 하여 우리나라는 지난 이십여 년간 테마틱분야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해 온 김창한 이사(FIAP 이사)를 대상자로 추천해서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우취인들은 모두 아는 사실이지만 지난 1996년에 강윤홍 선생이 국제우취계에서 활동한 공적을 인정받아 영국 왕실로부터 RDP로 선정되어 국위를 선양한 바 있다.
또, 금년에 창립된 한일우취회와 한국테마클럽을 중심으로 한·일 간 우취교류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오는 11월에 일본 토쿄에서 공익재단일본우취협회 주최로 열리는 2024 전일본우표전시회(JAPEX)는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다고 하여 그 의미가 더욱 배가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우편엽서회가 주관이 되어 한·일엽서회원 간의 친목 교류 활동으로 해오던 것을 이번 설됩된 한·일우취회가 동참하면서 더욱 활성화되고 있는 것 같아 매우 고무적이다.
무엇보다도 애석한 점은 우편엽서회 회원이자 우리 우취계를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는 친한파였던 일본의 원로우취인 가와카미 히로시(川上 弘)씨가 지난 6월에 세상을 떠났다는 점이다. 그 분과친분이 있는 많은 한·일 우취인들이 깊은 슬픔과 아쉬움을 표한 바 있다. 필자도 지난해 11월 개최된 2023년 일본우취협회 주최 우표전시회(JAPEX)에 참관했었는데 아픈 몸을 이끌고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면서도 다른 일본우취인과 함께 응대에 최선을 다하는 것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은 바 있다.
한 가지 명심할 점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지만 예의와 품격있는 행동과 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또,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말을 하고 행동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 속에는 외교의 원칙인 상호주의(相互主義)를 견지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소견이다.
이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는 2025 필라코리아에 대한 관심을 제고시키기 위한 노력이다. 준비 일정이 촉박하여 그동안 미뤄왔던 일을몰아서 처리해야 하게 되기 때문이다. 조직위원회 구성, 전용 홈페이지 개설, 블리틴 제작 공표, 공식호텔 선정 등 굵직한 일이 쌓여 있다. 우표전시틀 제작, 심사위원 위촉 및 심사위원회 구성, 참가국별 출품작품수량 및 수집위원 선정, 부스 유치 등등.
지난해 11월 방콕에서 열린 2023 타일랜드 세계우표전시회 기간 중 개최한 한국우취인 밤(Korean Night)에서 200여 명의 세계 우취인을 만나보니 필라코리아 세계우표전시회에 대한 기대가 매우 높았다. 이는 지난 1984년 이후 5차례에 걸쳐 필라코리아 세계우표전시회를 개최하면서 우리가 보여준 세계우표전시회 개최역량과 40여 년간 성장해 온 우리나라의 국격(國格) 때문이라 생각된다. 반면에 지난해 여름 전라북도 새만금에서 개최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많은 예산과 인력, 시간을 투입했음에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해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이의 여파로내년에 개최되는 2025 세계우표전시회에 대해 예산 문제 등으로 순연되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동안 수차례 개최하여 축적한 역량과, 그간 쌓아온 국제 간 유대관계를 토대로 우정당국과 우취인이 모두 한마음이 되어 지혜를 모아 차근차근해결해 나가면 충분히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