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여름 불볕더위와 열대야에 시달려 고생이 많았습니다. 기후 관측 이래 역대 최고라고 하니 그 불볕더위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네요. 이제 가을을 맞으면서 늦더위는 남았지만, 역대 최고의 불볕더위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 불볕더위의 연속 때문에 가을이 와도 가을이 짧아진 느낌이라서 섭섭한 감이 없지 않습니다. 봄, 가을은 짧아지고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는군요.
‘필라코리아 2025 세계우표전시회’를 내년에 서울에서 개최하게 되었으니 경사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준비하시는 여러분들과 모든 우취인 여러분들이 불볕더위에 시달리면서도 준비하시느라 노력하신 점 두 손 모아 감사드립니다. 기후가 이렇게 변하듯이 우리 우취계도 많은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그런 변화가 봄, 가을이 짧아지듯 우표의 역할도 점점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것은 계절과 같은 느낌을 줍니다.
나의 우취 활동 소회
우표를 사랑하는 많은 우취인들은 그분들 나름대로 우표를 즐기는 이유가 뚜렷하게 있을 것입니다. 나는 우표를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그 사랑을 모으는 데만 쏟지 않고 우표를 이용하여 내가 치료하는 정신과 환자의 재활 치료에 도구로 활용을 했습니다. 원래 우표의 역할은 이쪽의 소식을 편지로 적어 보내주고자 하는 저쪽 사람에게 우표를 붙여 발송하면 아무리 거리가 멀어도 배달이 되어 서로 본 듯이 소통을 하게 됩니다. 로랜드 힐(Rowland HIll)이 처음 우표를 발명하였을 때는 전달의 의미가 주목적이었습니다. 우표가 나오기 이전에는 발걸음에 의존하여 먼 곳까지 걷는 수단으로 소식을 전했지만, 우표를 발명한 이후로는 이 작은 우표딱지 하나로 아무리 먼 곳이라도 다 배달되었으니 소통의 혁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때 이후 지금까지 우표는 이런 소통 전달 목적 이외에도 수취인들이 다른 목적으로 많이 수집하고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의 일을 생각하면 우표의 역할도 많이 변화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경향을 활용하여 나는 정신과 의사로서 정신과 환자를 보는 역할을 하므로 재활 치료를 위하여 우표를 매개로 실험적인 사용을 해 보았습니다. 집에만 있고 외출을 하지 못하는 그런 환자를 위하여 우표를 활용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를 학술 논문으로 정리한 것은 없지만 경험상 큰 효과를 보았다고 생각합니다. 나와 우표와의 관계는 우표에 대한 취미보다는 우표의 또 다른 역할을 부여하여 활용해 본 사람으로 분류될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내가 산을 좋아해서 히말라야를 매년 다녀왔는데 올 때마다 네팔 우표를 수집하여 내가 투고하는 잡지에 네팔 문화를 소개하는 소재로도 활용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완집에 이르러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를 생각하다 우표를 주제로 한 수필집을 주제별로 다섯 권 발행했습니다. 히말라야의 산, 네팔의 꽃, 네팔의 유적, 네팔의 역사적인 인물 그리고 네팔왕국 왕들의 우표를 주제별로 분류하여 수필과 함께 책을 발간했습니다.
필라코리아 2025 세계우표전시회를 개최하는 마음가짐
내년에는 서울에서 ‘필라코리아 2025 세계우표 전시회’를 개최한다고 합니다. 자랑스러운 일이지요. 세계대회를 연 것은 비단 내년뿐 아니라 지난 과거에도 몇 번의 경험이 있습니다. 이 세계대회를 맞이하여 자랑스럽고 기쁜 마음도 한량이 없지만 반면에 애틋한 미래 때문에 근심 또한 함께하는 대회입니다. 내가 이 자랑스러운 세계대회를 근심으로 맞이하는 이유는 우표가 지니는 본래의 역할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과 멀지 않아서 우표 자체가 봄, 가을의 계절이 짧아지듯이 역사 속으로 묻혀 버리지나 않냐는 걱정입니다. 아직 우리에게 닥치지는 않았지만, 세계의 흐름으로 보아서 우표의 운명을 이 기쁜 해를 맞이하여서도 걱정을 함께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 우취인들은 미래에 닥칠 역할이 걱정된다고 근심만 하고 있을 처지가 못 됩니다. 로랜드 힐이 우표를 발명했을 때의 역할은 비록 사라진다고 해도 우표의 역할을 바꾸어 살아남도록 리모델링할 방법은 없을까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나의 짧은 공상에 가까운 생각이지만 한두 가지 새로운 역할을 접목해 보도록 제안해 봅니다. 첫째, 지금은 인공지능 시대가 발달하고 있는 시기입니다. 인공지능 시대가 완숙해지면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직업의 약 70%는 사라질 운명에 놓인다고 합니다. 한 과학자가 말한 연구의 결과이니 내 걱정은 막연한 걱정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생긴 목적이 따로 있겠지만 인공지능을 접목해 우표를 새롭게 탄생시킬 묘안은 없을까? 이미 인공지능을 여러 업종에서 접목시켜 또 다른 인공지능 시대를 열어 가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가 사랑하는 우표라고 해서 못 할게 어디 있겠습니까? 지금 당장 내 머리에는 떠오르지 않지만, 우표를 사랑하는 많은 회원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본다면 인공지능 우표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두 번째 제안하고 싶은 것은 이런 아이디어의 수집을 위하여 내년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지금까지 장르에 없는 장르를 하나 신설하여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세계 올림픽에서도 올림픽을 주관하는 주최국이 한두 가지 새로운 종목을 추가하듯이 우리 우표전시회에서도 새로운 장르에 해당하는 종목을 하나 신설하여 시행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입니다. 이는 지금까지 우표대회에서 보지 못했던 작품 종목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우표를 가지고 아무런 제안이나 조건 없이 오로지 작품을 만드는 사람의 아이디어를 총동원하여 만든 작품이면 출품자격이 있도록 하는 종목을 하나 만들어 보는 것입니다. 만일 이런 종목을 신설할 수만 있다면 세계 각국의 우표 애호가들이 규격에 구애받지 않고 다른 여러 예술 종목들과 접목하여 설치 미술 같은 우표 작품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해 봅니다.
이 장르의 신설은 우리에게 우표가 미래를 지향하면서 나아가야 할 창조적인 역할을 암시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기대가 상상에 그치지 않고 창조성과 어울린다면 인공지능 시대에 걸맞은 우표로 재탄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취인들에게 제언하는 마음
이런 상상을 저 혼자의 상상으로만 치부하지 마시고 우표를 사랑하는 모든 분이 지금까지의 역할에 더하여 우표의 역할을 더 넓혀 나갈 수 있는 상상을 많이 해 보시면 어떨까 권해 봅니다. 내년으로 다가온 ‘필라코리아 2025 세계우표 전시회’를 맞이하여 기쁨과 즐거움보다 이런 걱정스러운 이야기를 많이 해서 죄송스럽기는 하나 모든 분야의 사회적 발전이 옛날과 달리 급속한 속도로 변하고 있습니다. 그에 발맞추기 위해 우리 우취인들도 쉼 없는 창조적 상상을 서로 공유하고 지금보다 더 아름다운 우표를 만들 수 있다면 그 또한 우리들의 즐거움이 아니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