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표지 창간 60주년을 자축하면서

조권행 한국우취연합 회장

월간 우표지가 창간 60주년을 맞이했다. 1965년 5월 국민정서 함양과 우취정보의 전달과 국내·외 우취활동 지원을 위해 창간한 우표지는 그동안 많은 사연과 정보를 만들어 우취선진화에 앞장서 이번 호로 통권 713호를 기록하고 있다.

우취 관련 잡지의 연혁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1964년 9월에 김광재(金光載) 선생이 창간한 우취세계이다.(참고자료 : 월간 우표지 1980년 10월호 권두언) 그러나 전후 10여 년밖에 안 됐고, 초창기 우취계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민간 우취가가 상업지를 월간지로 발행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 후, 사회가 점차 안정되면서 우표수집가도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창간호에는 우표수집가가 2만여 명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나와 있다.

이에 따라 체신부 우정국에서 당시 우표수집가의 숙원과 국민계몽, 그리고 우리나라 우표의 국내·외 선장을 위해 창간한다고 창간사에 밝혔다. 창간 당시에는 재단법인 체성회가 체신부의 수탁을 받아 발간해왔다. 크기도 32절로 아주 작았으며, 표지 포함 40면으로 정가는 40원이었다.

당시 수록된 기사를 살펴보면 이석영(李錫永) 우정국 우편과장의 우리나라 식물시리이즈 우표 발행계획과 취지, 부산우취회 이창성(李昌性) 선생의 한국 소형쉬트 해설, 디자이너 강춘환(姜春煥)을 찾아서, 국제우표수집회 김재환(金在煥) 회장의 우표로 보는 악기(1), 진기홍(陳錤洪, 당시 체성회 이사, 체신부 우표심의위원) 선생의 우담수록(郵談隨錄)-흥미있는 은산영수소일부인(殷山領受所日附印), 한국우표상협회 이관철(李官徹) 회장의 우표의 저축성, 편집부의 초일봉피 수집 등이 눈에 띈다. 또한, 2000년대 초반까지 40여 년 동안 우리나라 우표를 디자인한 전희한 디자인 실장이 이 해에 체신부에 들어온 기사도 있다. 필자와 같이 일했던 시절도 생각나 세월의 무상함을 느껴본다. 필자가 30여 년 전 체신부 재직시절 만난 초창기 우표지 편집인이었던 이기열 선생이 창간 당시를 회상하던 기억이 새롭다. 선생은 2년 전에 고인이 되셨다.

체성회는 1929년 퇴직 체신인들이 기금을 조성하여 만든 장학재단으로 1980년대까지 체신부의 엽서류와 각종 인쇄물을 전담해 왔었기 때문에 우표지의 인쇄도 체성회가 하게 됐다. 창간 시부터 우표지가 전직 체신관료 주도로 원고를 선정·발간하여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급등했다. 이를 개선한다는 명분으로 1980년 10월 한국우취보급협회로 이관하면서 내용도 우취인의 전문지식과 욕구를 담아 발간하기 시작하여 더욱 충실해지고 독자층의 요구에 부응하는 잡지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들어 우정 100주년을 맞이하여 국내 우정서비스의 선진화 일환으로 세계우표전시회를 정부 차원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이의 기반이 되는 국제우취연맹(FIP)의 후원 승인이 필요하였다. 하지만 당시에는 우리나라 우취수준이 거의 국내전시회만 출품하는 수준이었고 국제전 출품은 거의 하지 않아 국제우취연맹의 승인이 곤란한 형편이었다. 게다가 북한 측의 반대도 있고 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리하여 체신부 우정국과 강윤홍 선생 등 선배 우취인이 합심하여 수년간 각고의 노력 끝에 국제우취연맹의 후원 승인을 획득했다.

이를 토대로, 우취활동을 보다 체계적이고 발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사단법인 한국우취연합을 창립하기로 했다. 기존의 한국우취보급협회를 대폭 정비하여 1983년 5월 사단법인 한국우취연합을 발족시키고 초대 회장으로 구자경(具滋景) 럭키금성그룹 회장이 취임하였다. 아울러, 연합의 운영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월간 우표지를 발간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열악한 재정 여건 등으로 별도의 사무국을 설치하지 아니하고 편집업무와 경리업무를 담당하는 직원 2명이 상근하면서 한국우취연합 사무와 우표지를 발간해왔다.

지난 60년간 우표지의 외형적인 모습도 많이 변모했다. 초창기에는 32절 크기에 40면으로 출발하여 1973년부터 국배판으로 크기를 확대하였고, 64면으로 대폭 늘려 중견 잡지로 탈바꿈했으며, 가격도 200원으로 성큼 뛰었다. 2013년에는 우표지 전면을 칼라인쇄하여 잡지의 품격을 한층 격상시켰다. 현재 잡지협회에 등록된 약 500여 개 잡지 중 60주년이 되는 잡지는 그리 많지 않다. 이는 당국의 지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경향 각지 우취인들이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주옥같은 원고도 보내주고 우표지 발간에 직·간접적으로 동참한 것도 그 요인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 자리를 빌어 그동안의 성원과 애정어린 관심에 감사드린다.

지난 60년 동안 우표지가 해온 역할도 생각해보면 많이 있다. 새로 나오는 우표와 관련 우취자료의 전달과 우취에 관한 신지식과 트랜드의 전파를 통해 우취보급에 많이 기여해 왔다. 또한, 국제우표전시회 출품자에 대한 후원 등으로 작품 수준이 향상되어 우리나라 우취수준이 국제우취연맹에서 C등급에 이르게 한 것도 우표지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할 수 있다.

대도시나 시내에 나오기 어려운 독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우표지 지상옥션도 우취활동에 도움을 주고 있다. 매월 100여 명이 응모해서 혜택을 누리고 있는데, 지난 60년 동안 발간한 통권 713호까지 응모한 독자를 연인원으로 어림잡는다면 7만여 명이 지상옥션을 이용했다고 과장되게 생각도 해본다. 최근 들어 초일봉투 수집 붐이 고조되고 있는 점을 착안하여 유료독자를 대상으로 초일봉투를 제작·보급하고 있다. 현재 발행될 때마다 330여 장이 판매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유료독자도 50명 정도 늘었다.

이제 60주년을 맞이한 월간 우표지는 정보화와 디지털문화의 폭발적인 확산으로 우취붐이 급격히 고령화되면서 퇴조하고 있다. 심지어 우표가 우체국에 있는지도 모르는 청소년들도 많다. 우표지의 과제는 사회가 디지털화할수록 오히려 아날로그의 향수를 불러일으켜 언젠가 돌아올 휴머니즘에 기대보는 것도 한 방편이라 생각해본다.

올해는 우리나라가 국제우취연맹에 가입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1929년에 창립된 국제우취연맹은 현재 95개국이 가입한 국제민간기구로 유엔산하 기구와 견줘 보아도 상위에 해당되는 큰 규모이다. 또 국가적으로 보면 올해는 만국우편연합(UPU) 가입 125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우리나라가 구한말 외세의 침탈에 벗어나기 위해 최초로 가입한 국제기구가 만국우편연합인 것이다.

작년에 예산 부족으로 올해 9월 17일부터 필라코리아 2025 세계우표전시회가 서울 마곡코엑스에서 열린다. 견강부회(牽强附會) 같지만, 월간 우표지가 창간 60주년을 맞이하는 해에 열리게 되어 오히려 의미 있는 행사라고 생각도 해본다. 5개월 앞으로 다가와 일정이 촉박하다. 초창기 선배님들의 열정을 되새기며, 행사를 차질 없이 준비하여 잘 치를 수 있도록 우취인들의 적극적인 성원과 동참을 당부드린다. 아울러, 월간 우표지가 창간 이후 60년 동안 꾸준히 걸어온 우취발전과 국민정서 함양이라는 가치를 높이기 위해 더욱 노력해 나갈 것이다. 그동안 월간 우표지를 한결같이 성원해주신 우정당국과 독자 여러분, 그리고 우취계 제현들께 거듭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