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우취인의 축제 필라코리아 2025 세계우표전시회가 9월 17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코엑스 마곡전시장에서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지난 2021년부터 시작된 세계우표전시회 개최를 위한 물밑작업부터 돌이켜보면 5개년에 걸쳐 준비한 대장정이 마무리된 셈이다. 준비단계부터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으며, 개최 여부, 장소, 시기, 예산 등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었지만 우정당국과 우취인들이 서로 노력하여 역대 최고의 전시회 중 하나로 만들어내었다.
2022년 2월 우정사업본부의 개최 의사결정과 그해 8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개최된제77차 국제우취연맹의 후원 승인을 얻을 때만 해도 우정 140주년이 되는 2024년에 개최하는 것은 무난할 것으로 모두 예상했었다. 하지만 국제대회 유치의 총리 승인 작업이 늦어지면서 수많은 난항이 시작되었다. 예산 당국은 흥행성과 국책사업(디지털 강국)의 홍보를 유독 강조함으로써 개최장소를 유동성 인구가 많은 시내 중심가로 물색하다 보니 갖가지 문제에 부딪히게 되었다. 결국은 2024년 8월에 개최하려던 장소 확보가 불가능해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또한 국제대회 유치 승인이 늦어지면서 우정당국이 필라코리아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부득이 2024년 이후로 연기할 수밖에 없어 전시회 개최 여부에 대한 심각한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다. 다행히 우정사업본부는 어려운 경영 여건에도 불구하고 2025년도 예산을 기어코 확보함으로써 세계우표전시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러한 최종 결정을 도출한 우정당국에 깊이 감사드린다.
준비단계에서도 많은 논란이 있었다. 예산 당국이 강조한 또 한 가지가 디지털 강국이라는 국책사업을 우표전시장 조성 시 반영하라는 암묵적 지침이었는데 이것이 하나의 문제로 작용했다. 그러다 보니 출품작품 규모를 어느 정도 제한할 수밖에 없었고, 이에 대한 논쟁이 상당 기간 지속되었다. 이와 같은 문제는 2023년 11월에 개최된 2023 태국 세계우표전시회를 계기로 우정당국과 한국우편사업진흥원, 한국우취연합이 함께 방콕을 다녀오면서 전시회의 기본 성격에 대한 상당 부분의 이해력을 높일 수는 있었다.
2024년 들어 우정사업본부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예산도 적정하게 확보했다. 2024년 10월에는 코엑스 제2전시장이 서울 마곡지구에 11월 하순부터 개장한다는 것을 한국우편사업진흥원 관계직원이 인지하고는 곧바로 대관을 신청함에 따라 그때부터 모든 일이 풀리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개장하기 전에 현장을 방문해보니 마곡나루역과 붙어 있어공항철도와 9호선이 연결되어 최적의 접근성과 최신식 전시 공간 및 4성급 호텔까지 겸비되어 있음은 물론, 첨단디지털단지와 주거지가 복합된 신시가지로 인해 전시 요건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것으로 파악되었다.
2024년 12월 3일 중국 상하이에서 국제우취연맹, 아시아·태평양 국제우취연합과 필라코리아 2025 세계우표전시회 후원 계약 조인식을 거행하고, 그때부터 공식적인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조인식을 하면서 필자의 서툰 영어로 “필라코리아 세계우표전시회가 1년 늦어져 미안하지만, 새로 개최되는 곳은 최첨단의 시설과 접근성을 지니고 있으며, 과거 4차례의 세계우표전시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한국우취계의 역량을 토대로 성공적인 개최가 될 것이니 그저 기대해달라”고 호언하자, 참석한 FIP 회원국 회원들이 웃으며 박수를 보냈다.
2025년 2월부터 3월까지 국제심사위원 선정회의를 3차에 걸쳐 실시하고, FIP 회원국에게는 허 진 커미셔너 제너럴을 통해 출품작 신청 및 접수 작업에 들어갔다. 2025년 2월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서 열린 세계우표전시회 시상직장에서 국제우취연맹기를 인수해오면서 점점 필라코리아 2025 개최가 임박해 옴을 체감했다. 또한 세계우표전시회 운영위원회를 조직하여 영접, 작품접수, 전시장 운영 등을 담당할 회원 선정작업에 들어갔다.
6월에 필라코리아 2025의 국제우취연맹 자문관인 리처드 탄이 최종 실사를 위해 방한하여 준비상황과 전시장을 둘러보고는 대단히 만족해하면서 돌아갔다. 그 후 FIP 측과 수차례의 줌(ZOOM) 회의를 개최했으며, 허진 커미셔너 제너럴은 준비기간 내내 실시간으로 국제전화를 통해 전시회 세부진행 사항을 협의한 뒤 작품 전시 규모는 최종적으로 65개국 2,002틀로 확정하게 되었다.
그 후 전시회 운영에 필요한 국제우취연맹 관련 규정집, 한국우표전문목록 개정판, 초창기 한국우취연합 창립 관련 사료집, 1876년부터 1945년까지의 우체관서 연혁, 한국우편엽서도감 등 문헌 발간 사업도 세계우표전시회 일정에 맞춰 서둘러 추진했다. 또한, 전시회 참여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전국지부 순회 간담회를 7월부터 8월까지 실시하여 필라코리아 2025 세계우표전시회 진행상황을 각지에 전파하였다.
개막일 전날인 9월 16일부터 작품접수와 전시작업이 시작되었는데, 송일호 이사가 주축이 된 전시회운영위원회가 순조롭게 작업을 진행하여 개최 전날인 16일 저녁까지 준비를 완료했다. 가장 걱정하던 작품접수와 설치작업이 별 문제 없이 진행됨에 따라 긴장된 기분은 한결 나아졌다. 또한 전시장과 호텔이 한 건물에 있어 국내·외 참가자 모두가 장소이동에 만족한다는 모습이 역력했다.
17일 개막행사에는 유재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과 조해근 우정사업본부장, 프라콥 취라키티 국제우취연맹 회장과 부회장 등이 참석하였으며 많은 관람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특히 전시장에서만 판매하는 우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서는 모습이 전시 기간 내내 이어져 우표수집이 퇴조기에 들어온 근래에보기 드문 풍경이었다.
한국우취연합관은 우표작품 코너와 가까이 있어 실질적인 전시장 안내데스크 역할을 했다. 바로 옆에는 일부인 날인 코너까지 함께 있어 찾는 관람객이 전시 기간 내내 붐비는 상태가 지속되었다. 우취연합 자원봉사회원은 심지어 휴가까지 내면서 한마음으로 자원봉사에 임함으로써 우취계의 단합된 모습을 국내·외 관람객에게 보여주는 데 별로 부족함이 없었다. 국내·외 참가부스도 예상보다 많은 관람객으로 인해 나쁘지 않은 분위기였다. 디자이너 싸인 행사를 통해 현직에 있을 때함께 일했던 동료(디자이너)를 만나 아주 반가웠다. 모두 세월의 흔적을 비껴간 것처럼 밝고 건강한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개막일 저녁에 한국우취연합 주최로 참석한 내외 인사에 대해 환영만찬이 있었다. 2014 필라코리아보다 규모는 적었으나 숙소와 전시장이 한 곳에 있는 점을 고려하여 10년 전보다 약간 많은 230명으로 예약했다. 하지만 이번 전시회에 대한 국내 우취인들의 많은 호응도를 미처 예상하지 못해 입장객이 당초 인원보다 초과하는 것으로 예상되어 급거 출입을 통제함에 따라 일부 우취인이 참석하지 못할 수도 있는 우려도 발생되었다. 단 단체장 등 당연히 참석해야 할 인원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20일 열린 시상식 때 작품심사 결과를 보니 우리나라 작품에 대금상 수상이 세 명이나 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번 전시회의 국내 그랑프리 수상자로는 김영길 한국수집가 클럽 회장이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필자가 듣기로는 작품접수 직전까지 많은 출품자가 작품 수정이나 보완에 심혈을 기울인 결과 때문이라 생각하며, 그간의 노고에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전시회 기간 중에 외국우취인들과 교류의 장을 활발히 한 것도 또 하나의 문화외교 활동으로 생각되어 큰 보람을 느끼게 되었다. 개막 다음날인 18일에는 한국우표협회(Korea Stamps Sociraty : KSS)와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모임에는 KSS 측에서 6명이 참석했으며 우리 연합 측은 필자와 허진 부회장, 유용상 부회장, 김장환 고문, 현병래 사무국장, 김영길 이사 6명이 참석하여 우의를 다졌다. 개막 3일쨰인 20일에는 한국우편엽서회와 한일우취회 공동으로 한·일 우취인 간담회를 실시했다. 이날 일본 측은 야마다 렌이치 일본우취연합 회장과 나이또오 요오스케 FIP 국제심사위원, 에노사와 유이치 커미셔너 등 9명이 참석했으며 우리 측 14명, 계 23명이 참석하여 예상 외의 대성황을 이루었다.
개막일 다음날 18일과 19일에는 내년도 두바이와 타이페이에서 개최하는 세계우표전시회를홍보하기 위한 환영만찬이 각각 개최되었다. 타이페이는우정공사 사장과 주한대표부 관계자들이 참석했고, 두바이는 주한UAE 대사가 참석하는 등 세계우표전시회를 국가적인 홍보의 장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어 우리나라와는 많은 차이가 있음을 느꼈다.
우정사업본부가 이번 전시회 개최 결과를 요약한 것을 살펴보면, 관람객은 공식적으로 4만 3천 명이 방문했으며, 455건의 언론보도가 집계되어 성공적인 세계우표전시회라 자평하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 이번 전시회의 성공요인을 우취연합의 입장에서 본다면, 우리 우취인들이 우취환경의 어려움을 모두 내일 같이 인식하면서 적극적인 이해와 협조를 통해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였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전시회를 끝낼 수 있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특히 전시회 준비 초기 단계부터 마무리까지 사심 없이 본인이 지닌 탁월한 역량과 전직 외교관로서의 경험을 기반으로 끊임없는 열정과 책임감으로 매진해 온 허진 부회장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 시상식이 끝난 후 국제 우취인들과 함께 탄 호텔 엘리베이터에서 그들끼리 하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허 부회장을 매우 현명하고 열정적인 사람이라고 치켜세우는 것을 목도한 바 있었다.
필라코리아 1984가 시작될 당시 필자는 만 26세로 서울중앙우체국 직원이었다. 우정 100주년? 간단히 대단하구나라고 생각했었다. 필라코리아 1994 때는 체신부 우표과 담당주무관으로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그 후 2025 세계우표전시회는 한국우취연합 회장 자격으로 개최했다. 많은 일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우표전시회와 함께 우리의 젊은 날을 떠올리고, 미래를 보는 것은 우취인뿐만 아니라 한 시대를 살아온 세대의 동질적인 교감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9년 후인 2034년은근대식 행정제도의 효시인 우정 150주년이 된다. 필라코리아 2034를 기대하는 것은 나만의 욕심일까?
디지털문화가 점점 빠르게 도처에 확산되고 있지만, 그래도 우취의 따뜻한 정취와 아날로그 문화는 인류가 지켜나가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끝으로, 이번 전시회를 성원해준 우정사업본부와 한국우편사업진흥원 관계자와 모든 우취인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