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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채우려고 먹는 밥은 반드시 체한다



채우려고 먹는 밥은 반드시 체한다


연제철 한국우취연합 강원지부장, 시인·수필가

아름다움을 추구하려면 고요한 침묵이 따라야 하고 묵묵히 자기 수양에 힘써야 하는데 지금 사회는 너무 서두른다. 해가 넘어간 뒤 땅거미가 질 때까지 그 저녁놀 잔영(殘影)의 아름다움을 생각해보라. 그 여리고 순하디 순한 색을!
사람의 마음을 색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착하고 어진 사람 마음이 그런 색을 띠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해는 넘어가며 달을 밀어 올려 밤을 밝힌다. 일몰은 또 다른 내일을 위한 준비 시간이다. 어떤 일을 행하려면 충분한 준비와 그에 따르는 지식이 필요하며, 때론 침묵을 감내하는 인내의 시간도 필요하다. 그러나 현대인은 뭐가 그리도 바쁜지 너무 서두른다. 질(質)보다 양(量)을 내세우는 오늘 이 땅의 우리들. 그 때문에 항상 무엇을 채우려고만 하고 비우려 하지 않는다. 너무 많이 차면 거부감에 고통을 겪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지 않은가. 체하면 더 고통스럽다는 걸 알면서도 일단 채우고 보자는 과욕 때문에 탈이 난다. 또한, 내 탓이 아닌 남 탓으로 돌리기 일쑤다.

2018년 2월 9일 대망의 동계축전인 평창올림픽이 개막해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될 예정이다. 그러나 지금 어떤 모습으로 귀한 손님들을 맞이하려 하는가? 이 기회를 대목으로 생각하고 한탕주의 만용을 부리지는 않는가? 숙박업소뿐 아니라 민간 주거지까지 터무니없는 요금을 제시해 정부 제재를 받아 값을 내렸으나 여전히 비싸다. 사람 마음은 똑같다. 수억 만 리 길을 떠나 축제를 즐기려고 온 이들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아늑하고 편안한 휴식처를 원한다. 잘 먹고 잘 자야 여행도 즐거운 법인데 난감하다. 진리를 배운다는 것은 곧 자신을 배우는 일이다. 또 자기를 배우려면 잠시 나를 잊어버려야 한다. 가득 채우려고만 하던 생각을 이웃을 위해 비우는 일 역시 중요하다. 스스로 마음을 텅 비울 때 온전한 내가 통째로 드러난다. 각 사람 하나하나의 생각과 말, 그리고 착하지 못한 행동은 생각보다 큰 파문을 일으켜 사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주변 지인이나 친구들에게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 관람권 구매를 꺼리는 이유와 그 지역에 머물지 않는 까닭을 물으니 다들 똑같은 말을 한다. 경기를 관람하더라도 당일치기로 다녀온단다. 편히 쉬고 먹을 곳이 탐탁지 않다는 이야기다. 세계인의 축제장에 내국인이 우선시 되어 친절을 베풀어야 하는데, 한탕주의가 만연한 일부 사람이 영향을 주니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우리가 자연의 생태를 보더라도 느낄 수 있다. 같은 땅에서 자라는 장미라도 토질과 기후 영향에 따라 한 나무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을 피워 여러 사람에게 행복과 설렘과 기쁨을 주는가 하면, 또 다른 나무는 독이 밴가시가 가득해 누구도 가까이하지 않는다.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고 천천히 밥의 맛과 반찬이 주는 기쁨을 헤아려보자. 그리고 현실을 똑바로 인식해 역지사지를 생각해보자. 얼마 남지 않은 기간이라 해도 늦지 않다. 서로 단결하고 화합하여 최고의 축제가 되게 노력함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