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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걷기와 손편지







걷기와 손편지

                                                                                                                김익회 / 정우문학회장


휴대전화나 SNS는 시공을 초월하여 누구에게나 손쉽게 소통하는 매체이다. 간편하고 신속한 교통수단은 걷기를 잠들게 하고, 다기능의 전달 매체는 손편지를 퇴장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기(機器) 문화는 감성이 없는 소통이다. 반면 걷기와 손편지는 예나 현재, 미래의 시류(時流)에 경계가 없고 정서를 같이하는 심신의 보약이다.

걷기와 손편지는 느림의 미학이다.
거북과 토끼의 경주에서 느린 거북의 승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느림 안에 사유와 정서가 서려 있고 참신한 착상이 잠재한다. 걷기의 동행은 신발이고, 손편지의 조화(調和)는 우표다. 등산하면서 구두를 신는 것은 손편지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모양새와 같다. 활동성 있고 편한 신발이 걷기의 요체라면, 다의(多義)와 시의성(時宜性)을 지닌 우표는 눌러 쓴 손편지와 어울리는 궁합이다. 인생은 여행이지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인생의 맛은 다양하다. 허겁지겁 삼키는 것보다 천천히 씹고 음미해야 진정한 맛도,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걷기와 손편지는 사유(思惟)의 동력이다.
걸으면 잡념이 사라지고 심신이 맑아지면서 건전한 사색이 손편지의 가슴이 된다. 편지지에 펜을 적시면 지난날의 추억이 새롭고 잊었던 사연들이 아련히 떠올라 그리움에 젖는다. 자연과 함께 걸으면서 누군가가 떠올라 가슴을 적시면 손편지에 마음을 담고 우표를 붙여 띄운다. 근육이 뭉치면 마사지로 풀어주듯, 우표와 함께한 손편지는 닫힌 마음을 여는 마법의 열쇠다. 외로울 때는 걷고 손편지를 쓴다. 걸으면 답답한 마음이 열리고 손편지는 마음의 문이 된다. 창문을 열면 바람이 들어오지만, 마음을 열면 애련(愛戀)이 메마른 가슴을 적신다. 마음이 흔들릴 때는 내게 손편지를 쓰고 우표를 입혀 우체통에 넣는다. 며칠 후 나의 손편지를 받아보며 신선한 응원을 얻고, 새로운 삶의 의욕도 솟아난다. 

걷기와 손편지는 건강의 엔도르핀이다. 
일본의 가나오 클릭 원장인 가나오 가즈히로는 “병의 90%는 걷기만 해도 낫는다.”라고 했다. 땀 흘려 걷거나 정성 어린 손편지 한 통의 감동은 세로토닌이나 도파민 같은 긍정 호르몬을 생성하여 뇌를 건강하게 하고 노화를 지연시킨다. 많이 걸으면 암에 걸릴 위험이 줄어들고 손편지는 치매 위험을 완화한다. 걷기와 손편지는 모두 외로움이나 우울증을 달랜다. 최근 영국 정부는 국민을 위협하는 사회적 전염병인 고독에 맞서기 위하여 ‘외로움’을 담당하는 장관을 임명했다. ‘외로움’은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만큼 건강에 해롭다고 한다.

걷기와 손편지는 시문(詩文)의 조련사다.
글 밭에 들어선 후 나의 직·간접적인 도우미는 걷기와 손편지다. 걸으면 산소 섭취량이 많아져 뇌를 맑게 하고 잠재한 감성이 살아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창출된다. 걷기와 손편지가 발산한 사유와 감성, 상상력은 시어(詩語)와 시문(詩文)으로 이어진다. 더 걷고 더 써야겠다. 걷기와 손편지는 시공(時空)을 초월한 심신의 건강학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