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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따뜻한 선물







따뜻한 선물


김익회 국제펜클럽


선물은 보내서 기쁘고 받아서 따뜻한
마음의 전달이고 관계를 덥히는 난로다.
손편지는 가슴의 전령이고
마음에 저장된 언어의 울림이다.
은은한 다향茶香 속에 청심 어린
온정을 마시면서 이 글을 쓴다.


2013년 12월 어느 날이다. 포장이 시골스러우면서 정성이 깃든 자그마한 소포가 배달되었다. 보낸 분은 뜻밖의 S 여사 작가님이다. 몇 꺼풀 포장지를 벗긴다. 손수 가꾼 유기농 녹차와 함께 정성 들여 쓴 편지가 동봉되었다. 가슴이 뭉클하다. 땀이 밴 흙냄새가 향기롭다. 어느 세련되게 포장한 값비싼 선물 못지않다.
순간, 40여 년 전 산골 소녀 은희가 내가 보낸 학용품 선물에 감사의 뜻을 담아 연약한 손으로 뜯은 산나물을 연필로 쓴 편지와 함께 보낸 소포가 연상된다.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순수한 마음의 선물과 함께 소녀의 손편지는 오늘까지도 은은하게 순박한 산나물의 향기로 후각을 자극한다.


S 작가님은 어른이면서 어린이처럼 동심으로 늙어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글을 머리로 쓰기보다 가슴으로 쓰는 문인의 인상을 짙게 한다. 작가 여사님이 보내준 녹차와 함께한 손편지를 읽으면서 과한 칭찬에 부끄럽고 낯이 화끈거리면서도 싫지 않다. 칭찬은 ‘귀로 먹는 보약’이라고 했다. 칭찬 속에서 상대를 응원해주는 아름다운 S 여사님의 마음을 읽는 것 같다. 뇌 과학이론에 의하면 칭찬을 들으면 뇌에서 긍정 호르몬이 나오고, 세로토닌이나 도파민 같은 호르몬 분비가 증가한다고 한다. 뇌 건강까지 주어 감사하다. 나에 대한 칭찬을 자랑하는 것 같아 쑥스러운 마음을 안고 S 작가님의 편지글 몇 구절을 인용한다.


“선생님의 작품 ‘두 개의 저축통장’에 줄을 그어가며 읽고 또 읽었습니다. 저의 삶에 변화를 주신 지침서였습니다. <섬에서 쓴 일기>는 읽고 방 안에서 이름도 몰랐던 섬들을 관광하며 바다에 푹 빠졌습니다. <아침볕과 저녁볕>은 첫 편 ‘봄의 변신’부터 저를 압도합니다. 선생님의 책을 머리맡에 두고 부지런히 읽겠습니다. 이 좋은 선물을 받고 답할 것이 마땅치 않아 제가 손수 농사지은 무농약 녹차를 보내드립니다…….”


전화나 메시지로 마음을 표하는 것보다 우표 입은 손편지는 깊이가 있고 여운이 진하다. 나의 졸저(拙著)를 끝까지 성의껏 읽어주는 것만도 고마운데…. 나는 남이 힘들게 쓰고 정성껏 보내준 저서들을 진지하게 읽었던가. 어떤 책은 제목이나 주제를 몇 줄 읽고 팽개친 경우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느 작가의 섭섭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어렵게 쓴 책을 친구에게 주었는데 어느 날 모임이 있어 그 친구 집에 갔더니 자기 책이 기우뚱한 책장의 받침대로 사용된 것을 보고 속이 상했다”는 하소연이었다. 내 저서가 소중하면 남의 책도 소중한 법이다. 이제부터는 보내준 책은 끝까지 읽고 고마움을 전해야겠다.
S 작가님의 편지를 읽으면서 ‘참 따뜻한 분이구나’ 생각하며 나름대로 손편지에 대한 나의 시상(詩想)을 떠올려본다.


‘편지는 묵언의 언변이고
체온을 덥히는 난로입니다.
편지는 사유하는 내성의 고요이고
침묵하는 내면의 거울입니다.
편지는 밤하늘에 별들이 모여 앉아  
그리움을 달래는 이야기입니다.
편지는 심혼을 데우는 햇살이고  
속마음을 그리는 시인입니다.’
 
S 작가는 이 녹차를 포장하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나름대로 생각해본다. ‘촌스럽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우려하면서도 ‘아니야, 그분의 심성으로 보아 나의 정성으로 가꾼 선물을 어느 것보다 고마워 할거야’ 라고 S님의 마음을 내 생각대로 읽어본다. 나에게는 값지고 마음을 덥히는 소중한 선물이다. 진정한 선물의 의미는 액면의 크기보다 따뜻한 마음이 깃든 정성의 무게다.


손편지와 함께한 마음의 선물은 따뜻하고 여운이 길다. 작가님이 보내주신 마음이 배인 녹차 맛은 서정의 맛과 함께 유난히 향기롭다. 손편지는 여운이 함축된 느림의 미학이다. 전화나 메일로 마음을 전하는 것과 손편지로 마음을 전하는 것은 정서적으로 근본이 다르다. 전자가 겉치레라면 후자는 속치레이고 가슴의 울림이다.
이 소중한 선물이 더욱 아름다운 것은 마음에서 우러난 손편지의 위력 때문이다. 나는 연말이나 새해 인사문을 보낼 때는 손 글씨와 함께 우표를 입힌다. 어떻게 이 고마움을 전해야 할까. 고민 아닌 마음의 부담으로 가슴이 설렌다. 나의 꾸밈없는 마음을 손편지에 우표를 입혀 고마움을 전해야겠다. S 작가님의 건강과 함께 천의무봉(天衣無縫)의 건필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