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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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표 한 장의 여러 가지 역할





우표 한 장의 여러 가지 역할


이근후 대한우표회


우표, 생각할수록 참 신기하다. 엄지손톱만한 크기에 불과한 우표 한 장이 하는 역할은 엄청나게 많다. 우선 먼 거리라고 하더라도 우표만 붙이면 전달이 된다. 그러니 서울에서 세계 구석구석 어디든지 해당 요금의 우표만 붙여서 우체통에 넣으면 신기하게도 목적지에 도착한다. 그게 신기하다면 처음으로 우표를 창안해 낸 사람의 머리는 더욱 신기하다. 1840년에 우표를 만든 로랜드 힐 경(Sir Rowland Hill, 1795~1879)이 바로 그 사람이다. 어떻게 그 당시에 그런 생각을 해냈는지 정말 천재적인 발상이다.


자료를 찾다 보니 참 재미있는 자료가 하나 나왔다. 로랜드 힐 경이 우표를 창안했을 때만큼 신기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시대를 반영해주는 자료다. 1968년 <우표를 수집하면 좋은 점 10가지>란 제목으로 체신부에서 발행한 자료인데, 그 안에는 이런 글이 쓰여 있다. ‘우표를 수집하면 여러 가지 지식을 얻게 됩니다. 문화적 지성을 높입니다. 심미안을 갖게 합니다. 앉아서 관광이 됩니다. 국제 사정에 밝아집니다. 많은 교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연구심을 갖게 합니다. 정리하는 습관이 길러집니다. 저축이 됩니다. 어느 취미보다 간단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이 자료를 보면 다분히 계몽적인 성격이 짙다. 하나하나 읽어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우표가 지니는 우표 본래의 역할 외에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좋은 점들이다.


내가 전공하는 분야가 신경정신의학이기 때문에 이 우표를 환자들의 진단이나 재활에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특히 치매 환자들의 재활치료에는 많은 도움이 있을 것 같다. 우취인들이 치매가 걸린다면 모르긴 해도 우표를 활용한 재활치료는 상당한 효과를 거두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우선 치매 진단을 보면 여러 가지 의공학적인 도구를 사용해서 진단하는데 우표도 그렇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심리검사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주어진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엮어보는 검사이고(주제통각검사), 다른 하나는 의미 없는 그림을 제시하고 설명을 요구 받는 투사검사가 있다(로샤검사). 그러니 우표를 보여주면서 연상되는 이야기를 만들어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것은 환자를 진단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우취인이 아니더라도 우표를 알고 있거나 관심을 가진 사람이면 우표를 매개로 여러 가지 작업 치료적인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치매의 근본적인 치료는 아니지만 치매의 진행을 늦추거나 치매 환자라도 순간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만드는 프로그램으로써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표준화된 의견은 아니지만 경험적인 내 생각이다. 우표를 사랑하는 모든 우취인은 치매에 걸리는 분이 적을 것 같다. 만일 치매가 걸리는 우취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우표로 인해 그 진행은 빠르지 않을 것 같다. 그러니 고마운 우표다.
<우표를 수집하면 좋은 점 10가지>에 ‘우표는 치매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하고 감히 하나 더 보태어 적고 싶다. 틀림없이 그럴 것이다. 특히 청소년 시절부터 우표를 사랑해온 우취인이라면 치매의 예방 효과는 더욱 클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