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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학교에서 배운 지식보다 우표에서 배운 지식이 더 많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보다
우표에서 배운 지식이 더 많다?


                                                                                 예병일 원주우편문화연구회  


초등학교 2학년 크리스마스날,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는 머리맡에 우표 6장을 놓고 가셨다. 다음 해 배운 국어 교과서에는 우표 수집에 대한 글이 실려 있었고, 선생님께서 우표 수집을 하는 사람은 우표책을 가져와 보라고 하실 때 나도 동참하면서 취미를 키워 갔다. 그때쯤 미국 32대 대통령 루스벨트가 남긴 “우표에서 배운 것이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많다”는 말을 알게 되면서 우표 수집에 불이 붙었다. 이 말은 공부는 멀리하고 우표만 들여다보고 있는 나를 합리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했지만 멋진 우표 도안을 보며 감탄하기도 하고, 잘못 표현된 도안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옥에 티를 발견하는 희열을 느끼기도 했기 때문이다.

 2000년 7월 프랑스 파리의 파스퇴르연구소를 처음 찾았을 때 파스퇴르의 무덤이 있는 지하에서 온 벽면이 그의 일생과 관련된 그림으로 장식되어 있는 걸 발견했다. 그중에는 광견병 백신을 접종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금세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은 1985년에 프랑스에서 발행한 광견병 백신 발견 100주년 기념우표 도안과 유사했기 때문이다. 함께 간 아내에게 천장의 그림을 가리키며 파스퇴르의 광견병 백신 발견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마침 곁에 있던 한국의 간호학과 학생들도 귀를 기울이는 것이었다. 여러 명이 손가락으로 천장의 그림을 가리키며 떠들어대자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들도 나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무슨 이야기인지 관심 있느냐고 물은 후 영어로 떠들기 시작했다.

“…저 그림의 주인공인 어린이의 어머니는 평생 파스퇴르를 공경하며 살아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로부터 56년이 지나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군은 프랑스군이 지키는 국경을 벗어나 벨기에를 거쳐 파리로 쳐들어왔다. 파스퇴르연구소를 점령한 후 무덤이 있는 지하로 들어가려 했으나 지하실로 통하는 문의 열쇠를 지닌 직원은 열쇠를 내놓지 않았다. 묘지의 문을 여는 대신 그 열쇠를 감추고 자살한 사람이 바로 처음으로 광견병 백신을 맞은 조셉 마이스터(Joseph Meister) 소년이다.”

그러자 내 이야기를 듣고 있던 10여 명으로부터 박수가 흘러나왔다. 아마도 그 소년의 이야기에 감동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이야기는 우표 도안에 관심이 있었기에 알게 된 것이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보다 우표에서 배운 게 많지는 않지만 우표가 내 가치를 높이는 데 일조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니 우표 도안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고 우표를 들여다보며 즐거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