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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표의 시작과 우표의 끝









우표의 시작과 우표의 끝



이근후 대한우표회 ignoo@hanmail.net



옛말에 모든 사물에는 본 말이 있고 시작과 끝이 있다고 했다. 이를 넓게 생각하면 우주 만물이 이에 모두 해당된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바로 우표의 운명 때문이다. 우표도 시작을 했으니 언젠가는 그 형태가 사라질 끝이 있을 법하다. 언제일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도 일반 우표의 기능은 많이 상실한 것 같다. 우표를 붙이기보다 직원이 찍어주는 스티커 한 장이면 만사 해결이니 복잡하게 돈을 계산해서 우표를 붙일 이유가 점점 없어진다. 그러니 일반 통신용 우표는 소멸할 징조가 이미 보인다는 것이다. 그 끝이 언제일진 모르지만 만물의 이치대로라면 필시 끝이 있을 테니 이에 대한 생각을 적어 본다.



우취인이면 우표의 최초 발명자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형태의 우표를 최초로 발명한 사람은 영국의 교육자 로랜드 힐(1795~1879년)로 1840년 5월 6일 우표가 탄생됐다. 힐이 우표를 발명하기 이전에도 방식 자체는 존재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발신자가 하인을 통해 수신자에게 보내고 국가적으로는 파발마를 통해 보내는 등 전달 방식은 나라마다 다양하게 존재했다. 이런 다양한 방식을 일원화하고 제도화한 것이 바로 힐의 우표 발명인 것이다. 힐의 우표 발명 영향이 영국의 영향권 아래에 있는 나라에서부터 세계 곳곳으로 전파되었다. 우리나라는 1884년 11월 18일 홍영식 선생에 의해 2종의 우표가 발행됐다. 네팔의 경우 1881년에 우표가 발행됐다. 네팔이 우리나라보다 3년이나 앞서 우표 제도가 도입되었다는 것이 신기하다. 지금도 네팔 산간 지역으로 가는 우편물은 도착하는 것보다 도착 못 하는 경우가 더 많은 현실인데 우리보다 3년이나 일찍 했다니. 아마도 영국의 문화 영향권에 있었던 탓에 일찍 도입되지 않았을까 싶다.



우표가 발명된 지 올해로 180년째인데 벌써 일반 우표의 무용론이 제기되는 현실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디지털 시대를 맞이해 변화되는 것이 어디 이 우표뿐이겠는가. 그래서 상상해 본 것이 일반 우표는 사라지더라도 세계화 시대와 디지털 시대를 맞이해 기념우표 정도는 남아서 장수했으면 좋겠다. 내가 기념우표에 희망을 거는 뜻은 내가 현직에서 교수로 연구 생활을 할 때 가족에 관한 논문을 쓰기 위해 참고 문헌을 수집했는데 그 가운데 이런 것이 있었다. 저자와 논문 제목은 잊어버렸지만 내용은 1950년대에 발간된 논문이었다. 그때부터 50년이 지나면 가족은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다라는 내용이었다. 인류가 소멸할 것이 아닌 사회학적으로 가족이라 생각했던 형태의 가족이 사라진다는 주장이었다. 50년도 더 지난 2020년 지금까지 아직 가족은 남아 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면 고전적인 가족 형태가 없어졌을 뿐 새로운 형태의 가족으로 많이 변모되어 있다는 것이다. 1인 가구라는 말도 많이 사용한다. 한 사람도 가족이라는 뜻이다. 이런 개념의 변화를 바탕에 둔다면 우표도 사라질 것이 아니라 우표의 개념이 달라질 것 같다. 개념이 달라진다는 것은 사라진다는 것이 아닌 변화에 속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마음에서 우표도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해 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희망을 적어 본다.



어떻게 변화될까. 예측하기 어렵지만 몇 가지 생각을 해 봤다. 가령 우표를 만드는 종이를 반드시 종이가 아니더라도 실크나 금종이, 인조 종이 등을 사용하기도 하는 것처럼 다양한 재료를 통해 우표를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우표의 모양도 꼭 사각형이 아니라 삼각형, 오각형 등 이형 우표의 보편화도 가능할 것이고 향기가 난다든지 짧지만 일정한 소리가 난다거나 입체적인 우표와 같이 특색 있는 우표가 나오는 것을 상상해 본다. 또는 우표를 보는 시각에 따라 그림의 모양이 달라진다든지 빛을 수용하는 광도에 따라서 그림의 모양이 움직이는 우표처럼 디자인적으로도 여러 가지를 시도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실현 가능성이 있으면 과학자들은 증명하려 들고 발명가들은 만들려고 애를 쓰기 때문에 미래의 사회에서는 이런 우표들이 일상화된 우표로 나올는지 누가 알겠는가. 어쨌든 우표가 긴 세월 동안 살아남아 우취인들로 하여금 즐겁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



물류의 체계화를 위해 생겨난 우표가 디지털 시대와 인공 시대를 맞이해 변화가 예상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 변화를 증명하기 위해 내 사소한 경험 하나를 소개하자면 내가 처음 네팔의 히말라야를 등반했을 때 티베트에서 넘어오는 조랑말이나 야크 떼를 자주 만났었다. 이들은 대개 50마리 정도가 한 집단을 형성해서 티베트에서 물건을 싣고 네팔의 포카라까지 한 달 정도 걸려서 내려온다. 포카라에서 물물교환하고 짐을 싣고 왔던 길을 거슬러 다시 티베트로 올라간다. 이 광경을 상당한 기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이런 광경을 보기가 힘들다. 그 이유는 물류의 방식이 발전했기 때문에 더 편리한 쪽으로 자연스럽게 교체된 것이다. 같은 물량의 물건을 헬기에 싣고 오면 반나절도 안 걸려 포카라에 도착하니 누가 50마리의 동물 떼에 물건을 싣고 나르겠는가. 우표도 이런 변화와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비록 물건을 수송하는 데는 헬기가 더 편리하지만 관광객에게는 조랑말이나 야크가 더 중요하게 느껴지듯 우표도 우편물 전달 기능은 상실했지만 기념우표로서는 그 가치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것 같다.



우표를 사랑하는 우취인들 가운데는 테마별로 수집하는 사람들도 많고 또 우표를 정리하여 체계화하는 사람도 많고 우표의 역사도 연구하는 사람도 많다. 이런 모든 우취인들의 욕구를 잘 살펴서 우리나라에 국한할 뿐 아니라 세계화에 걸맞은 기념우표를 우리나라가 중심이 되어 만들었으면 좋겠다. 기념우표란 그냥 우표와는 그 기능과 가치가 다를 뿐 아니라 기념 메달처럼 경제적 가치도 이미 갖고 탄생하는 것이기에 한번 머리를 굴려볼 필요가 있다. 우표를 처음 발명한 로랜드 힐도 이미 있었던 우편 전달 체계를 간소화하고 능률적으로 만들기 위해 우표를 발명하지 않았는가. 그와 마찬가지로 일반 우표가 우편물의 물류 기능을 상실한다면 설 곳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기념우표 쪽으로 생각을 돌려보면 또 다른 힐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까지 쌓여온 우표의 기술과 역사를 바탕으로 변화된 모습의 새로운 개념의 우표를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은 우표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