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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랑스러운 친구, 우표에게







사랑스러운 친구, 우표에게
                                                                                          
                                                                                                  박경화 (사)한국편지가족 회장


우표야, 안녕!

온 세상을 휘젓고 있는 불청객,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지난 한 해는 너무 답답했어. 지금도 마찬가지로 외출 시에는 마스크를 하고, 거리두기를 하며 사람과의 만남을 편하게 할 수 없는 것, 경제적으로 힘든 일 등이 얼마나 피곤하고 서글픈지 너도 잘 알 거야. 이런 상황이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르지만 각자 조심하며 방역수칙을 잘 따르는 것이 우리 모두를 지키는 일이기도 해.

모든 것이 ‘우선멈춤’과 같은 상태이다 보니 지난날들의 평범한 일상이나 단체 활동 등이 모두 소중하게 여겨지는구나. 편지와 우표 관련한 행사장에서 삼삼오오 몰려다니며 구경을 하고, 모여 앉아 편지를 쓰던 날들이 얼마나 그리운지 몰라. 맛있는 것을 서로 권하며 나누어 먹는 모습이나, 단체사진을 찍으며 저마다 멋진 표정으로 활짝 웃는 풍경도 아예 볼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기도 하네. 설마 그럴 일은 없겠지?

지난 연말에 우체국에서 연하우표를 샀어. 번쩍번쩍하는 황금송아지와 엄마소, 복주머니를 등에 지고 윙크하는 황소 그림의 우표가 마음에 쏙 들어서 우표디자이너가 누구실까 생각해 보기도 했단다. 그동안 우표, 너를 잊고 지낸 미안함도 있기에 많이 사서 가슴에 품고 왔어. 얇은 종이들이지만 마치 살아 있는 황금송아지인 양 안고 혼자 즐거웠단다. 나의 지갑에 수표는 없어도 우표는 잔뜩 있어서 언제나 부자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으니 우표 한 장의 힘은 정말 대단해. 평범한 우표 몇 장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 그게 부자가 아니고 뭐겠어. 우표를 대하는 나의 마음이 이 정도인데 전문 수집가들의 우표 사랑과 관심은 어마어마할 거야. 그런 분들에게 우표, 너는 정말 사랑스럽고도 소중한 친구야.

지난해 가을, 코로나19가 완화되었을 때 몇 군데 학교에서 편지쓰기 강의를 했었는데 모든 강의가 보류되었다가 하는 것이라 감회가 컸단다. 그때만큼은 누군가를 향한 편지지와 봉투, 우표의 시간이기도 하지. 세속적이거나 물질적인 것을 떠나 오롯이 자신만을 바라볼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해. 마음이 담긴 편지 한 통, 그것을 전해 주는 우표 한 장. 참 담백하고도 순수한 풍경이야. 편지를 쓰고 우표를 붙이는 학생들의 마스크 속에 가려진 입가엔 분명 뿌듯한 미소가 곁들여졌을 거야. 그들이 준비한 라벨우표를 내가 가져간 그림우표로 교환도 해 주고, 그림을 설명하며 학생들과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은 바로 우표 한 장의 힘이기도 해. 혼신을 다해 그린 우표디자이너들의 창의성과 정성이 바로 그런 친밀감을 형성하는 게 아닐까 싶어. 학생들에게 우표와 관련한 이야기를 더 해 주고 싶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전문 우표애호가들이나 우표디자이너들의 현장 수업이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야. 체험을 통한 강의는 그만큼 집중도를 높이고 효과도 크니까.

우표는 역사와 문화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친선대사이기도 해. 우표, 너의 역할과 존재에 대해 우표사랑꾼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면 아마 일 년 열두 달도 모자라 한 달을 더 만들어 13월이 되어야 할 거야. 13월엔 우표와 함께 편지를 쓰고 느린 우체통을 찾아 여행 다니는 것을 기획해도 멋질 거야. 그 우체통 곁에는 우표가 나오는 우정제비 모양의 자판기 한 대가 서 있다면 더 재미있겠지? 흥부에게 박씨를 물어다 주는 것처럼 우정제비 입에서 우표가 나오도록 설계되어 있다면 아마 여행객들이 그 우표를 사고 편지를 쓰면서 즐거운 상상도 곁들이지 않을까?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지닌 우표, 너와 함께하는 여행은 흥미진진 그 자체일 거야. 그렇게 너는 항상 우리 곁에 있어야 해. 너는 편지를 전하거나 수집생활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친선대사로서 최우선으로 존중받아야 할 이 세상 모두의 친구이기도 해.

너의 이름으로 매월 발행되는 《우표》지를 볼 때마다 나는 감탄을 금치 못한단다. 세련된 표지 속에는 너와 관련한 이야기들이 무궁무진 이어지고, 그 속에서 배우는 역사와 문화적인 것들은 나의 상식을 풍부하게 해 주는 것은 물론, ‘우표’는 우편물의 요금표라는 단순한 생각을 벗어나게 해 주는 묘한 매력의 품격이 있단다. 너의 그 품격은 우표를 디자인하고, 모으고, 연구하는 사람들에 의해 빛나기도 하지만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너를 사랑하며 우체국을 드나드는 발걸음에 의해서도 빛이 난다고 생각해. 매월 알찬 내용으로 꾸며지는 《우표》지가 학교와 도서관, 우체국 등 우리의 생활 속에서 더 많이 눈에 띄기를 바라며, 우표의 발전을 위해 고생하시는 분들도 더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이 형성되었으면 해. 너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바람이 무엇인지 더 말하지 않아도 너는 잘 알 거야.

우표야, 올해는 너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과 편지를 나누며 더 많이 너와 함께하고 싶어. 항상 우리 곁에서 순수함과 진솔함을 보여주며 건재하기를 바란단다. 우체국 창가에서 편지를 쓸 수 있는 환경은 갖추지 못하더라도, 우체국 창구에서 그림우표 너를 사며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풍경은 영원하기를 기원한단다. 너는 우정문화를 대표하는 가장 아름다운 친구이며 소통의 가장 여리고도 힘센 일꾼임을 잊지 말자. 그럼 이만 글을 줄이며, 더욱 힘차게 살아가자. 안녕!

추신 : 우표야, 언제나 너를 응원하며 사랑해!


2021년 2월에
새봄을 맞이하며 편지가 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