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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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표, 변화의 기로에서





우표, 변화의 기로에서

                                                                                            이근후 대한우표회


우표가 우리 생활 속에 들어와 편리한 우표로 정착하기까지 “로랜드 힐경이 발명한 세계 최초의 우표는 1840년 5월 6일 빅토리아 여왕의 옆모습을 그린 1페니와 2펜스로 된 2종의 우표로 세계 최초로 발행되었다.”라는 인용이 있다. 우표를 만들고 디자인하고 실용화한 일은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한 일이다. 그때 그 시절에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한 건지 감탄스럽다. 손톱만 한 우표딱지 하나를 붙이면 세계 방방곡곡으로 배달이 되니 신기하기도 하지만 그 편리성에 놀랍다. 우표가 없었다면 편지나 물건을 들고 그 먼 거리를 걸어가 직접 전달할 수밖에 없었을 텐데 저렴한 우표 가격으로 물건을 전달할 수 있으니 만인의 사랑을 받지 않을 수가 없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말이 있다. 요즘 우표 발행 추세를 보면 종류도 줄어들지만 매수도 많이 줄어가고 있다. 그 이유는 편리성 때문에 그렇다. 우표가 처음 만들어진 것이 편리성 때문이었는데 2세기가 지난 지금에 와서 또 다른 편리성 때문에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먼 거리에 보내는 소포에 우표를 붙이자면 해당하는 요금만큼 우표를 붙여야 하니 한두 장 붙여서 될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요즘은 우표가 아닌 우표딱지 한 장만 한 스티커가 우표를 대신한다. 이 스티커에는 우표가 담지 못하는 정보까지 담겨 있어 편리성으로 말하면 우표에 견줄 바가 아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편리성 때문에 탄생한 우표가 또 다른 편리성 때문에 종말을 고할지도 모르는 현실에 처해 있다.

만일 우표가 사라진다면 단순히 이 편리성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사람들의 가치관이 달라지고 이에 따라 라이프스타일이 바뀌면서 우표도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세상은 조금씩 조금씩 발전하고 변화해 가고 있는데 정작 그 속에 살아가는 우리는 그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갈 때가 있다. 그런데 ‘세상이 변했구나!’ 하고 바로 인식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인위적인 큰 변혁을 경험했을 때다. 이런 변혁을 경험하고 나면 사람들은 깊은 통찰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변혁으로 어떤 것이 있는지 다음의 세 가지로 예를 들겠다.

첫째, 자연적인 재해가 발생했을 때이다. 사람의 힘으로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큰 자연재해, 이를 테면 지진, 홍수, 허리케인, 화산 폭발 등과 같은 자연재해는 인간으로 하여금 자연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올바른지 생각하게 만든다.
두 번째로는 전쟁과 같은 위기가 발생했을 때이다. 전쟁이 나면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서로 죽이기도 하고 죽임을 당하기도 한다. 어느 쪽이든 모두가 힘들다. 이러한 전쟁은 인간으로 하여금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시키고, 파괴하면서 회의감을 들게 한다.
세 번째로는 코로나바이러스 발생으로 이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되고 있어 사람들에게 불안과 공포를 주고 있다. 이 코로나 팬데믹은 사람들의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포스트 코로나’라는 단어가 생겨날 정도로 코로나 이후와 이전의 삶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우표를 생각할 때 불안한 이유가 위에 말한 것과 연관이 있다. 우표가 2세기 동안 사람들에게 편리하고 유용하게 사용되면서 우표의 모양, 디자인, 여러 측면에서 발전해 온 것은 사실인데 앞으로 우표가 이 이상 발전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IT 산업의 발달과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그리고 급격한 사회 변화, 이 속에서 과연 우표의 존재는 어떻게 될 것인가. 우표도 이런 사회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아름답고 우리가 소망하는 것일지라도 언젠가 소멸되고 말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어 불안하다.

편리성에 밀려 우표가 사라지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우표의 편리성만으로도 우표는 얼마든지 그 가치가 있는데 그보다 더 편리한 방법을 찾아내 굳이 우표를 소멸시킬 필요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이런 생각을 어떻게 실현하여 보존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부딪친다. 본인은 지금 사회의 변동을 따라가기에도 급급한 올드보이라서 구체적인 대안을 낼 수 있는 아이디어는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요즘 젊은 사람들 중 나의 생각과 공감하는 사람들이, 즉 우표와 관계된 여러 분야의 젊은 전문가들이 모여 ‘미래의 우표는 이렇게 만들어 봅시다’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모임이라도 가져 미래를 설계해 주었으면 좋겠다.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의견을 낸다면 지금의 우표가 가진 개념과는 전혀 다른 우표의 개념을 창출해 낼 수도 있을 것이고, 모양도 다른 또는 기능도 다른 여러 가지 우표를 창안해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지금이 그 기회다. 지금 출발하여 당장 어떤 결론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중단기 계획을 세워 토론에 토론을 거듭하여 아이디어를 모은다면 처음 힐이 발견했던 당시의 경이로움보다 더 큰 경이로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조직적인 운동은 한 사람의 아이디어만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정부에만 맡겨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연관되는 전문가들이 뜻을 함께 모아 조직적이고 전문적인 미래를 설계해 간다면 우표의 소멸을 막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우표의 가치나 새로운 기능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기를 희망하지만 더 이상의 구체적인 아이디어는 젊은 전문가들에게 일임하고 믿어 본다.

발명이라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을 찾아내는 일인데 기왕에 있었던 우표가 또 다른 형태로 또 다른 기능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 수 있다면 위기를 극복하는 좋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 꼭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Be like a postage stamp.
Stick to one thing until you get there.
       
                               - Josh Billings


우표를 생각해 보라.
그것의 유용성은 어딘가에 도달할 때까지
어떤 한 가지에 들러붙어 있는데 있다.
                                       - 조쉬 빌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