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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새해 복 많이 지읍시다!








새해 복 많이 지읍시다!


                                                                                            이근후 대한우표회


새해가 되면 많은 분들이 새해 인사로 덕담과 함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한다. 이 외에도 새해를 맞이하면서 우리는 다양한 인사말을 주고받는다. 서양 사람들은 크리스마스와 합쳐 “Merr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축성탄, 근하신년)”이라는 인사를 많이 하는데,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런 인사를 하는 분들이 부쩍 많아졌다.


사소한 이야기이지만 나는 오래전부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란 새해 인사에 대해 이런 궁금증이 있었다. 복을 받으라니 누구한테 받는다는 말인가.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이 주실 것이고, 불교에서는 부처님이 주실 것인데 종교가 없는 사람은 누가 복을 내려주는 것일까. 아마 각자 마음속에 절대자라 생각하는 신에게 소망을 바라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복이 얼마나 많아야 이 많은 인구가 골고루 복을 받을 수 있을까? 그래서 본인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보다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라는 인사를 선호한다. 내가 복을 짓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복을 받는다는 말인가. 복은 내가 열심히 지어서 나눌 때 받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복을 많이 지은 사람과 악행을 일삼은 사람이 새해가 되었다고 똑같이 복을 받는다면 그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자업자득’이라는 한자성어가 있다.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서 결과가 어떠하든 그 행동에 걸맞는 결과를 받게 된다는 뜻으로 복은 결국 나무 밑에 드러누워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사람에게 가기보다 복을 지은 사람에게 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송구영신(送舊迎新)’이라는 말이 참 좋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라는 뜻으로 자신이 복을 얼마나 지어서 저축했는지 돌아보라는 뜻도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보다 서양의 인사는 그 의미가 훨씬 단순하다. 즐거운 크리스마스, 행복한 새해가 되기를 바라는 뜻이니, 그런데 그 행복 또한 받는 것인지 지어야 하는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어느 쪽이든 좋으나 복은, 행복은 스스로 지은 사람이 받아 그 받은 복을 또 다른 이들에게 나누어 주며 좋은 영향을 주는 것, 이게 참 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그래서 좀 낯설게 들릴지 모르지만 모든 우취인들에게 새해에 복 많이 지으시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복을 짓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취인’만이 할 수 있는 복 짓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하는 기발한 생각을 해 보았다. 우리가 사랑하는 우표가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차원에서 고민을 해 보았다.

우표가 처음 발행된 것은 영국의 교육자이자 세금 개혁가인 롤런드 힐(Rowland Hill, 1795~1879)이 1836년 12월 ‘우체국의 개혁 그 중요성’이란 논문에서 우편 요금의 지급 방법으로 우체국에서 판매하는 우표를 붙이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하여 정부에 제출한 것이 그 계기다. 3년이란 긴 논쟁 끝에 1839년 8월 17일 빅토리아 여왕의 재가를 얻어 1840년 5월 6일 영국에서 세계 최초의 우표 블랙 페니(Black Penny)가 탄생했다. 이렇게 시작된 우표가 올해로 꼭 181년을 맞는다. 우리나라는 신식 우편 제도의 아버지라 불리는 홍영식을 중심으로 신진개혁파 정치인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1884년 11월 18일(음력 10월 1일) 우정총국이 역사적 업무를 개시하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우표가 탄생했으며 그로부터 137년이 지났다. 이 긴 시간을 지나는 동안 그 자그마한 우표는 우리에게 애환, 기쁨 그리고 설움을 전달해 주는 메신저 역할뿐 아니라 우리에게 볼거리를 주고, 수집하는 취미의 기쁨을 알려 주며,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그런데 그런 우표가 언젠가부터 애물단지 취급을 받기 시작했다.


한 번은 미국에 있는 내 친지에게 책을 하나 보내려고 우체국에 갔었다. 책을 받는 사람이 우표를 좋아해 수집도 하고 연구도 하는 분이라 우표를 붙여서 발송해 달라고 창구 직원에게 부탁을 했다. 직원 말로는 우표가 없다고 하면서 모든 정보가 담긴 스티커 한 장만 붙이면 어디든 가는데 우표를 왜 붙이려고 하는지 묻는다. 나름대로 설명을 했지만 그 직원은 컴퓨터로 스티커 한 장을 뽑아 소포에 붙여 버린다. 나는 마음이 섭섭하고 불편했다. 내 친지에게 우표가 붙은 소포를 주지 못할뿐더러 사랑하는 우표가 이런 불필요한 취급을 받는 것이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 직원을 나무랄 일도 아니다. 우표를 취급하는 당국에서 우표를 보잘것없이 생각하니까 직원들도 그냥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따르게 되는 것이다. 왜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생각해 볼 때 수익성이 적고, 편리성이 떨어지며 우표의 보편화로 인한 신비성마저 떨어졌으니 그럴 만도 하다. 지금 우체국은 우표가 중심이 아니다. 우표를 사랑하는 우리가 이를 먼 산 보듯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새해 인사를 “복 많이 지으세요!”라고 해 본 것이다. 즉 우표를 부활시키는 복을 지어 보자는 말이다.


처음 우표가 생겼을 때 편지를 보내고 했던 그런 시절은 지금 모두 사라지고 이 역할을 스마트폰이 대신하고 있다. 비용도 들지 않고 실시간으로 내용 전달이 가능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간단하게 보낼 수 있으니 누가 우표를 찾겠는가. 이런 세태 속에 우표에 다른 역할을 부여하여 생명을 불어넣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우표의 부활을 위하여 다음의 참신한 제안을 해 본다. 금년이면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한다. 5년 동안 집권을 할 테니 우리도 이때를 맞춰서 우표 부활 5개년 계획을 한번 세워보면 어떨까. 첫 번째 방법으로 우표 전문가들과 우표와 관련하여 많은 아이디어를 가진 분들과 우표 활성화의 방안을 매월 한 번씩 5년을 토론한다면 월마다 한 개의 좋은 아이디어만 나와도 60개의 아이디어가 모인다. 두 번째로는 3년 동안 우표 활성화 방안을 위한 국민 공모전을 시행하는 것이다. 가장 현실성 있고 적합한 아이디어를 채택하여 4년째 되는 해에 그 아이디어를 시험해 보고, 마지막 5년이 되는 해에 전국으로 확산하여 보급한다면 우표는 새로운 역할을 안고 부활할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발명이 언제나 엉뚱하고 허황된 생각에서부터 출발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우표 부활 이야기도 현실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때가 되면 우리 함께 새로운 한 해의 인사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우표를 부활시킨 복을 우리가 5년 동안 축적한 격이 되지 않겠는가.


새로운 역할을 가진 우표의 부활을 기원하면서 새해 복 많이 지으시라는 인사를 마지막으로 이만 글을 줄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