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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00세 시대 취미 생활




100세 시대 취미 생활


                                                                                            은종호 한국우편엽서회장

100세 시대라는 말이 있다. 2040년대는 선진국 평균 수명이 100세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우리나라 평균 수명은 83.6세(남자 80.6, 여자 86.6)로 1위인 일본 84.4세보다 1년 정도 짧다. 스위스, 스페인, 이탈리아에 이어 5위다. 20~50대를 대상으로 하는 조사에서 ‘100세 시대가 불안하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90%였다고 한다. 불안한 이유로는 재력이 91.4%로 1위였고, 건강이 88%, 일이 75%라는 조사가 있다. 노후 생활자금(연금)이 으뜸이다. 장수하는 삶에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건강일 것이다. 오래 살면서 무병장수하면 좋으련만, 살면서 병 하나 없이 살기는 힘든 세상이다.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덜 아프면서 건강하게 사는 삶을 연구하고 있다. 질 좋은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삶의 질(Quality of Life)이란 살아가는 것으로부터 얻어지는 가치, 의미, 만족도의 정도를 말한다. 개인이나 사회의 일반적인 참살이(well-bing)에 대한 생각으로 정신적인 상태, 스트레스 정도, 성 기능, 스스로 인식할 수 있는 건강 상태 따위를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 삶의 질에는 건강이나 고통의 정도 등 물질적인 측면과 스트레스로 대표되는 정신적인 측면이 있다. 또 객관적이나 주관적 만족의 정도로 삶의 질을 말할 수도 있다. 객관적 지수는 물리적 구성 요소로 의식주, 건강, 교육, 소득 등이 속하고, 주관적 지수는 삶에 대한 행복감, 만족감, 스트레스 정도를 의미한다.


OECD의 더 나은 삶의 질 지수(Better Life Index)에서 2022년 우리나라는 OECD 41개국 중 32위, 일본은 30위다. 항목별로는 주택(7.5), 일자리(7.8), 교육(7.8), 시민 참여도(7.8), 안전(8.8)이 높지만, 건강(4.8), 일과 삶의 균형(3.8), 소득(3.4), 환경(3.1), 삶의 만족도(3.1), 지역사회 관계(1.5)는 낮게 평가되었다. 여가 활동이 삶의 질 지수 평가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극히 미미해 보인다. 그러나 정년 후 노후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다고 볼 수 없다.


오래 산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 100세 시대에 수명만 길어지는 게 아니라 삶의 질도 높아야 한다. 그러나 노인이 되면 혼자만의 시간이 길어지고, 사회 활동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길어진 노년기의 문제는 개인의 삶의 질뿐만 아니라 가정과 사회의 안녕과 발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년 후를 준비하지 않은 채 정년을 맞이하고, 그럭저럭 몇 년을 보내다 보면 노년을 맞이하게 된다. 길어진 노년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를 준비하지 않아 당황하게 되고 허송세월로 방황할 수 있다.


사회 활동이 줄어들면 무기력하게 되어 삶의 의지 또한 낮아진다. 삶을 풍요롭게 도와주는 것이 여가 생활과 취미 생활이다. 여가 생활은 직업에 관한 일이나 가사, 면학 등의 일상생활에 드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을 말한다. 노인은 대부분의 여가를 TV 시청이나 누워 있는 등 소극적 활동으로 보낸다. 이런 소극적 활동은 일상이 무료하고 나아가 권태감, 우울증을 겪을 수 있다. 취미 생활은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기에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고, 무엇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없다.

취미 생활에는 정적인 취미와 동적인 취미가 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동적인 취미에는 한계가 있을 것 같다. 젊었을 때 동적인 취미 활동에 그치지 않고 정적인 취미를 함께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 정적인 취미 생활에는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듣거나 연주하는 것을 들 수 있다. 특히 노년의 취미 생활은 신체에 무리가 가지 않으면서 여가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함께하는 취미보다는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뭔가에 집중하고 손을 사용하여 인지 능력이 발달하게 하는 취미가 좋다.


여기에 해당하는 취미 활동이 우취가 아닌가 한다. 우취(郵趣, philately)는 우표취미 문화생활을 말한다. 단순히 우표수집(stamp collecting)에 그치지 않고 창작 활동과 연구가 따른다. 우취는 우표와 연관된 모든 분야를 학술적으로 연구하고 정리하며 분류하는 학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일반 수집과는 달리 학문으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갖고 있어서 차원이 다른 취미라는 데서 자부심과 긍지가 있다.


우취의 꽃은 작품으로 만들어서 대회에 출품하는 것이다. 연구하고 정리한 결과물로 작품을 만들어 대회에 출품하여 평가받는 것도 우취가 갖는 매력이다. 그 분야도 다양하다. 국제우취연맹(FIP)은 챔피언 부문을 비롯하여 전통우취, 우편사, 우편엽서류, 항공우취, 테마틱우취, 멕시머필리, 우취문헌, 청소년우취, 인지류, 우주항공우취, 열린우취, 그림엽서 부문 등 13개 부문으로 분류하고 있다. 지방전시회부터 시작하여 대한민국전시회와 국제전시회, 세계우표전시회에 이르기까지 작품을 출품할 수 있는 우표전시회도 다양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인의 우취 작품이 출품되는 세계우표전시회를 우표 발행 100주년을 기념하여 개최한 PHILAKOREA 1984를 시작으로 대체로 10년마다 개최하고 있다. 내년에는 PHILAKOREA 2024 세계우표전시회를 8월 15일부터 19일까지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우취인의 잔치다. 필자도 우취문헌 부문에 출품할 문헌을 다시 정리하고 보완하는 중이다.


지난해 말 96세로 타계하신 원로 우취인께서는 95세까지 작품 활동을 하셨다. 우리나라 우편엽서 6작품을 보완하고 연구하여 한 단계씩 높은 상을 받으셨다. 금은상(V)을 받으시며 ‘금’ 자가 들어갔다고 기뻐하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몇 해 전 돌아가신 한 교수님께서는 침대방 바로 옆에 우표방을 두고 외국에서 한 아름씩 사 온 파켓 우표를 정리하셨다. 매일 일어나시면 하는 작업이다. 우표를 물에 불려 그것을 한 장씩 떼어내 말려 스톡북에 정리한 것이 책장에 가득했다. 비록 작품 활동까지는 잇지 못하셨지만, 손끝을 이용한 작업을 매일 즐기며 노후를 보내시는 것이 아름다워 보였다.
필자도 하고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