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표를 수집하는 전통적인 행위에 대해 “우표 수집(Stamp collection)”이라 하지 않고 우리는 왜 우취(Philately)라는 용어를 사용하는가? 먼저 FIP(국제우취연맹)의 총회규정(Congress regulation), 전시회 규정(GREX)과 심사규정(GREV) 등 각종 규정을 보아도 Philately에 대한 용어의 정의를 하고 있지 않은 것은 심히 유감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해서,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어 사전으로 통칭 OED로 불리는 옥스퍼드 영어사전(Oxford English Dictionary)과 최고의 백과사전인 브리태니커 백과사전(Britannica)을 보면 Philately에 대한 용어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OED
우표 요금 선납으로 사용하거나 연관된 우표 또는 기타 품목에 대한 수집 및 연구 (The collecting and study of stamps or other devices used for or relating to the prepayment of postal charges)
Britannica
우표, 우표가 첩부된 봉피, 소인, 엽서 및 우편 배달과 관련된 그 밖의 자료에 대한 연구. Philately라는 용어는 이러한 품목을 수집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The study of postage stamps, stamped envelopes, postmarks, postcards, and other materials relating to postal delivery. The term philately also denotes the collecting of these items)
즉, 우취란 우표수집과 다르게 반드시 연구가 수반된 수집행위를 일컫는 것으로 연구가 없는 수집행위는 이를 우취라고 표현할 수 없다. Philately란 단어는 프랑스의 우표수집가인 Georges Herpin(불어명 조르주 에르팽)이 1864년에 만든 합성어이다. 이는, Loving을 뜻하는 그리스 어원인 “Philos”에서 “Phil”과 면세(免稅)를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ateleia”를 합성하여 만든 불어로 작명하였다. 단어에 면세가 사용된 이유는 우표가 나오기 이전에는 수신자가 요금을 지불하였으나 우표 발행 이후 수신자는 요금을 내지 않고 발신자가 요금을 내기 때문이다. Philately를 일본에서는 우편취미(郵便趣味)로 번역하고 약칭으로 우취로 표기한 것을 국내에서도 이를 그대로 준용하고 있다. 참고로 우표를 일본에서는 切手로 표기하기에 우취는 우표취미의 약자가 아니며, 이는 일본어판 Wikipedia에서도 언급하고 있다.
2. 도감은 우취연구에 가장 핵심적인 자료이다.
위와 같이 연구가 선행된 수집활동 즉, 우취를 즐기기 위해서 핵심적인 기본자료가 도감(Catalog)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우문관과 우표상협회의 2개 기관에서 매년 도감을 출판하고 있으나, 전문적이고 세부적인 내용이 부족하여 항상 아쉬운 상황이었다.
이에, 한국우취연합 주관하에 허진, 이석연, 고 김승제 님의 노력으로 2023년 10월경 600여 쪽 분량의 『한국우표전문목록』을 출판한 것은 대단한 쾌거라 할 수 있다. 동 전문목록을 계속 갱신해 간다면 이는 한국 우표류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서로서 큰 일조를 할 것으로 믿는다. 아울러 모든 우취인들은 “우취”라는 단어 취지에 걸맞게 연구가 병행된 수집활동을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전문목록의 구입을 권장드리는 바이다.
일본의 경우 일본우취협회와 일본우표상 협동조합 2기관에서 일반도감을 매년 출판하고 있으나, 그외에도 일본우표에 대해 매우 다양한 분야별, 종류별 전문도감이 출판되고 있다. 예를 들면, 보통우표 전문도감(우편사, 우편인, 엽서류편), 비쥬얼(Visual) 일본우표도감, 테마별 일본도감, 보통우표 종별 도감(예: 일본의 보통우표인 菊, 小判, 昭和우표 등) 일본 화학우표 도감, 일본 우키요에(浮世繪) 우표도감, 국제반신권(IRC) 도감, 일본 수입인지 도감 등 그 다양성과 전문성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러한 도감을 계속해서 출판하고 있는 일본 우취계의 우취지식에 부러움을 느끼게 된다.
3. 전통우취 연구에 필요한 투고와 필독서 구입이 필요하다.
최근 2~3년간 원로 우취인들이 고인이 된 안타까움을 반면교사로 삼아 현존하는 전통우취 전문가들이 생존 시에 월간우표에 적극적인 자세로 투고와 자료 제시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필자는 국내 전통우취의 가장 큰 의문점인 구한국 태극 보통우표의 초∙재판 분류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 적극적인 투고와 공론의 장이 마련되기를 고대한다. 아울러 연구하는 우취인들을 위해 전통우취 연구에 꼭 필요한 다음의 자료를 추천드리고자 한다.
가. 관보 및 체신공보
전통우취에서자료의 제시와 사실 여부의 검증을 위해 관보에 대한 조사와 확인은 너무나도 필수적인 조치이다. 구한국 우표의 연구에 필요한 조선왕조실록은 국역이 되어 검색이 가능하다. 또한, 구한국시기의 관보(1894~1910), 일제강점기의 조선총독부 관보, 해방 후 미군정청 관보, 정부수립 후 대한민국 관보 등도 모두 검색이 가능하다. 다만, 해방 후부터 정부수립 기간 전후 우표발행과 관련된 사항은 체신공보(遞信公報)에 게재되어 있으나 이는 검색이 불가한 자료로 복사된 책자를 입수하여야 한다.
단행본 이외 전통우취에 필요한 각종 우정관련 통계 및 연관 공식자료는 체신부에서 출판된 대한민국 체신사업 연혁사(1959년), 한국우정사 Ⅰ, Ⅱ(1970년), 대한민국 체신연혁(1971년), 한국우정 100년사(1984년)를 필독서로 추천드리고 싶다. 전통우취의 연구 목적을 위해 이런 자료는 필수적으로 구입 및 구독하여 즐거운 우취생활을 기원드리는 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