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생활에서 수집의 역사는 원시시대에서부터 어떤 형태였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인간생활의 궁극적인 목표가 흔히 말하는 행복한 삶이라면, 이를 이루기 위한 방편의 중요한 한 형태가 취미이고 수집이기 때문에 인지의 발달과 그 역사를 같이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어떤 종류의 수집이건 심리적 동기는 즐거움과 소유욕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정도를 불문하고 본능적인 미적 대상물의 소유욕과 그 쾌감은 인생살이에서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다. 이런 배경을 가진 수집 중에서 우리는 우취(郵趣)를 즐긴다.

우리가 즐기는 이 우취가 여러 곳에서 시름시름 앓고 있다고 전해 온다. 청소년들의 우표에 대한 무관심으로 저변이 무너졌고 자칭, 타칭 중·고수급들만 남아 있는 형편이다. 1970년대에는 학생들에게 쓸데없이 우표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훈계를 했었는데 지금은 한번 해보라 하면 고개를 살래살래 흔든다. 지금의 학생들은 사회상이나 제도적으로 볼 때, 미래의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우취 말고도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 아픔이 명의(名醫)가 몇이나 나와야 치유될 것인가. 지난 시절에 나온 ‘우표를 수집하면’을 보면 우표수집은 지식을 얻고 문화적 지성을 높이며 심미안을 갖게 하고, 연구심을 기르고 정리하는 습관을 갖게 한다고 되어 있다.

오늘에 비추어 보아도 적절하고 일리 있는 표현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저축이 되고 어느 취미보다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이미 아니다. 막 시작하는 초보 학생들을 대상으로 우취보급을 한다는 자리에서 “전통수집이란 무엇이며 테마틱은 어떠하고” 하며 시작하니, ‘아! 저건 내가 할 일이 아니구나’ 하고 뒷걸음질을 치게 한 적은 없던가. 그래서 청소년들이 우표를 버린 것인가. 세월 따라 변하는게 어디 취미뿐이랴 하면 속은 좀 편해진다. 나의 경우 우취는 운명의 손금처럼 꼭 거머쥐고 가야할 것이지만 이러다가 언젠가는 우표와 우편엽서도 없어지고 우취자료들은 박물관이나 민속자료실에서나 볼 수 있으며 우취가를 인간문화재로 부르는 시기가 오지 않을까 하는, 분수에 맞지 않는 생각도 한다.

 이루지 못할 것을 이루려고 몸부림친 적은 없었던가, 내가 이룬 것에 대한 타인의 평가에 대해 섭섭함을 느끼지는 않았던가? 이는 있는 현실을 보지 않고 내가 바라는 이미지를 보고 싶어 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 또한 수집의 한 단면이다. 이것이 수집이고 우취다. 우취여 영원하라! / 박정계